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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도시계획 권한의 재량성

서울시장은 국방과 외교를 제외하고 대통령이 갖는 거의 모든 권한을 갖고 있다고들 한다. 서울시장의 권한은 시민의 삶에 바로 영향을 미칠 때가 많아 체감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커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얻을 수 있을 가능성이 크지 않은 수십억원의 혜택을 주는 정책보다 당장 몇만원의 혜택을 주는 정책이 시민으로선 더 체감이 될 때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시장의 권한 중 시민의 자산 형성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어 시민이 상당히 관심을 갖게 되는 것 중의 하나가 도시계획권한이다. 큰 틀의 도시계획권한은 법령에 의해 정해지고 있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권한은 시장에게 있다. 과거 서울시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건 가운데 크게 사회적 이슈가 된 사건 중 도시계획권한의 행사와 관련돼 있는 사례가 많다. 특히 요즘 주된 이슈 중 하나인 부동산 문제야말로 도시계획권한과 직결돼 있다.

도시계획권한은 시민의 재산권 행사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시장의 권한을 상당히 제한한다. 단계별 도시계획을 주기적으로 설정해 그때그때의 임의적 도시계획권한 행사를 제한할뿐더러 20여명이 넘는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주요 도시계획 수립과 집행 관련된 안건들을 논의하고 심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수단과 절차 등을 통해 도시계획권한의 재량성을 제한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의 도시계획에 대한 의지라 할 것이다. 이는 지난 10년간 전가의 보도처럼 지켜왔던 35층 기준이 없어지는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35층 기준이란, 서울시의 재개발이나 재건축 시 주택 층수를 35층이 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는 2030도시계획 수립 시 시민위원회에서 수립된 도시계획의 원칙이다. 전임 시장 시절 35층 규제에 대한 많은 비판이 제기됐지만 박원순 시장이 결사 반대해 성사되지 못했다. 당시 50층은 왜 안 된다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아마 이렇게 이야기하면 관련 분야 관계자는 도시계획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생기는 오해라고 할 것이다. 35층을 무조건 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기준선이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에는 35층을 넘거나 낮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견고하게 유지되던 도시계획 기준도 오세훈 시장이 부임한 뒤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있다. 오 시장 부임 후 언론을 통해 접한 도시계획의 변화 중 하나가 바로 35층 기준의 폐기다. 그 기사를 보면서 도시계획 분야에서 아무리 공고하게 정하는 기준과 원칙도 시장의 큰 정책 방향과 맞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 원칙과 기준이 시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런데 도시계획 재량성의 활용은 과도한 사적인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이를 활용하려는 사례도 많은 점에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많은 제한과 규제로 인해 도시발전이 제한됐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완화하려는 시도가 많아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도시계획 권한의 재량성을 보다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가능한 사례와 가능하지 않은 경우를 분명히 함으로써 도시계획의 변경을 통한 과도한 이익을 취하려고 시도하는 불필요한 노력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

고홍석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jycaf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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