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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우스 인사이트] 인플레 마찰 키우는 ‘허둥지둥’ 연준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신영증권 제공]

연초 글로벌 자산시장이 삐그덕거리고 있다. 주식은 그동안 많이 오른 기술주를 중심으로 조정세가 완연하고, 끝 없이 오를 것 같았던 주택시장에도 불안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가상화폐 가격의 상승세도 한 풀 꺾이고 있다. 모든 것은 금리 상승에서 비롯됐다. 미국의 10년 만기국채수익률은 2%대에 올라섰다.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병목에서 비롯된 인플레이션이 금리를 밀어올리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으니 중앙은행은 매파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한국은행의 금통위가 그랬다. 기준금리 인상은 채권시장에서 예상했던 바 그대로였지만, 향후의 행보에 대해서는 시장의 컨센서스보다 훨씬 강경한 매파적 본색을 드러냈다.

그나마 한국은행은 작년 8월부터 기준금리를 세 번 올려 선제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대응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인플레이션은 고정된 경로로 확산되는 게 아니라, 매우 동적인 자기강화과정(Dynamics)을 거치면서 현실화된다. 인플레이션이야 말로 경제 주체들의 집단적 심리가 자기실현적으로 강화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고착화되면 재고를 쌓으려는 사재기가 나타나고,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 이런 흐름은 다시 인플레이션을 강화시키는 트리거로 작동하게 된다. 그래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초기에 억제하는 게 중요하다.

2022년에 예상되는 주요 중앙은행들의 긴축 행보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처 뿐만 아니라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비상 상황에서 조성됐던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으로 돌린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어느 정도의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지만, 2021년에 이어 2022년에도 준수한 성장률 회복이 예상되고 있다. 어떻게 보더라도 작년 봄 코로나 발병 직후에 조성됐던 제로금리 환경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어차피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금리 인상 초기에 매파적으로 대응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억제하는 것이 통화정책의 장기적인 코스트를 낮추는 방책이 될 수 있다. 파월의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기 보다는 인플레이션에 끌려 오고 있다. 작년 여름까지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지만, 결과적으론 틀렸다. 작년 9월 이전의 시장 컨센서스는 2022년 중 연방기금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쪽이었지만, 9월 FOMC 점도표는 2022년 9월 인상에 찍혔다. 12월 FOMC에서 연준 위원들의 금리 인상 컨센서스는 2022년 6월로 앞당겨졌다. 2022년 들어서는 금리 인상 시기가 3월로 앞당겨졌고, 유동성을 직접적으로 흡수하는 양적긴축(QT)을 조기에 시행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연준은 시장과의 소통에 실패했다. 적어도 작년 중반부터는 당장 입에 쓴 약일지라도, 긴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히면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 억제에 나서야 했지만, 뒤늦게 태도가 돌변하고 있다.

논란이 많지만 인플레이션 압박은 2022년 하반기로 갈수록 약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병목 이슈는 오미크론에 대한 저항력이 생기면서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금융시장에서 주목하는 물가 상승 압력은 ‘전기 또는 전년 동기 대비 변화율’로 측정되는데, 2022년 하반기부터 물가의 절대 레벨이 높아져, 올 하반기에는 변화율이 높게 나오기 힘든 측면도 있다.

다만 적어도 1분기까지는 어수선한 시장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으면 연준의 행동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자동적으로 조정될 것이다. 인플레이션에 내재된 자기강화적 다이내믹스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긴축이 장기적으로 옳은 처방이 될 수 있지만, 자산시장에는 부담이다. 인플레이션과 관련된 마찰적 충격이 발생할 수 있는 시기는 2022년 1분기이고, 트리거는 ‘허둥지둥’ 연준이 제공할 것이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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