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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불안 여전한데…사우디, 美 증산요구에 콧방귀
원유수요 늘어 공급부족 불구
러시아와 증산제한 약속 맺어
고유가로 경제개발 재원 속셈
미국 텍사스주의 셰일석유 시추 모습 [AP]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우려로 상승한 국제 유가가 러시아의 철군 발표에도 쉽게 상승분을 반납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 철군에 대한 의구심이 지속되는데다 원유 수급 불균형 우려는 심화됐기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을 이끌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의 증산 요구에 콧방귀를 끼고 있다.

16일(미 동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59달러(1.7%) 오른 배럴당 93.66달러를 기록했다. 장중 95달러를 넘기도 하는 등 러시아군 철수에 대한 불신으로 크게 널뛰었다. 러시아는 크림반도에서 훈련한 군부대가 원주둔지로 복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어떠한 긴장 완화 신호도 보지 못했다”며 경계를 유지했다.

더 큰 문제는 글로벌 원유 수급 불균형 우려다. OPEC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발생 원년인 2020년 전세계 석유 수요는 하루 9097만 배럴로 1년 새 9.12%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하루 9977만 배럴에 달할 정도로 꾸준히 수요가 상승했으며 2022년엔 하루 1억80만 배럴까지 늘어나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하루 1억10만 배럴)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늘어나는 수요를 공급이 얼마나 따라갈지는 미지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주요 산유국간 협의체인 OPEC플러스(+) 국가 중 예비 생산능력을 가진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두 곳뿐이다.

이 가운데 사우디는 현재 하루 1000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사우디 생산능력을 감안하면 하루 200만 배럴은 더 공급할 수 있다. 미국이 추가 시추 장비를 파견하는 등 증산 노력을 하고 있지만 하루 24만 배럴에 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이 전망한 올해 하루 석유 수요 증가폭인 380~400만 배럴에 턱없이 못 미친다. 현 시점에서 유가 향방의 열쇠는 사우디가 쥐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우디는 미국의 증산 요구에 부응하는 대신 러시아와 한 기존의 약속을 택했다. OPEC+는 2020년 합의에 따라 지난해 8월부터 증산량을 하루 40만 배럴로 줄이기로 뜻을 모았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국제 에너지 공급 안정성'에 관해 전화통화를 했지만 "역사적인 OPEC+의 역할"을 강조하며 기존 합의를 고수하겠다는 성명을 냈다. 이어진 OPEC회의에선 공개적으로 "사우디는 미국과 입장이 같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우디가 러시아와 합의한 것 이상의 추가적인 석유 공급을 하지 않는다면 40만 배럴 증산만으론 유가 상승에 제동을 걸긴 힘들다.

WSJ은 "우크라이나 사태는 사우디와 러시아 간 에너지 동맹의 중요한 첫 시험"이라며 "사우디는 고유가로 비석유 산업을 키워 경제를 혁신하려는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의 야심찬 프로젝트에 거액을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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