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2021년 국세 내역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근로소득세다. 원천징수로 투명한 유리지갑에 세 부담 증가로 구멍까지 뚫린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지난해 결산 기준 근로소득세수는 47조2000억원이다. 이번 정부가 출범한 2017년(34조원)에 비해 13조2000억원, 무려 38.9%나 증가했다. 그 자체로도 엄청난 수준이지만 다른 세목과 비교해보면 상대적인 증가율은 가히 놀랍다. 같은 기간 국세 전체로는 29.6% 증가했고 자영업자나 개인사업자 등에 부과되는 종합소득세는 오히려 0.1% 감소했다. 코로나19의 특수 상황임을 고려해서 보지 않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근로자만 봉’이란 얘기는 여지없는 사실이다.
정부는 이처럼 근로소득세수가 급증한 요인으로 근로자 수 증가를 든다. 취업자가 늘어 근로소득세를 납부하는 사람도 늘었다는 것이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국세청의 2020년 귀속 근로소득세 연말정산 신고 근로자는 대략 1950만명이다. 4년 전의 1801만명보다 149만명 늘었다. 하지만 그래 봐야 8% 수준이다. 근로자가 10% 미만으로 늘었는데 세수는 40% 가까이 불어났다. 그사이 세금을 내지 않는 저소득 비과세 근로자는 4년 전 738만명에서 지난해 725만명으로 미미하게나마 줄었다. 면세점 이하 근로자 비율도 40.1%에서 37.2%로 낮아졌다. 누가 봐도 근로자들의 세금 부담 증가다. 심지어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근로자들의 지갑은 더 얇아졌다고 보는 게 옳다.
소득이 많을수록 세금을 더 내는 현행 누진세율 과세 체계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한 번 만들면 오랜 기간 손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소득 4600만원이던 근로자가 4610만원을 받으면 근소세는 15%에서 24%로 올라가 버린다. 이러니 정부가 미리 나서 손 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안 그래도 저출산·고령화로 재원 부담이 커지는 상황 아닌가.
반면 부자증세는 해마다 눈부시다. 2018년엔 5억원 초과 소득자의 적용 세율을 40%에서 42%로 올리더니 2021년엔 10억원 초과 구간을 새로 만들어 최고 세율을 45%까지 높였다. 5억원 아래 구간은 여전히 그대로다.
이쯤에서 근로소득세 증가의 원인을 제대로 분석해야 한다. 그럴 때가 됐다. 실제로 현행 소득세 주요 과표 구간은 2008년 만들어진 게 주요 골격이다. 당시에도 1994년 이후 14년이나 지난 후에 손질한 것이다. 그런데 또 15년째 그대로다. 이쯤 되면 중산층 직장인들의 조세 저항이 생겨나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