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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리운전 투잡하는데 고용 양호?”…‘통계 거품’이 이렇게 컸나
한경연 의뢰 박기성 교수팀 전일제 환산 고용률 연구
“통계청은 취업자 늘었다지만 질적으로는 고용상황 후퇴”
“일하는 시간 총량은 줄어…'통계거품'에 현실 반영 못해”
[123rf]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통계청 통계 상 지난해 취업자 수가 2017년보다 증가하는 등 고용 상황이 외형적으로 나아졌지만 질적으로는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하는 사람 수는 증가한 반면 시간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제조업 근로자가 퇴근 후 대리운전 등 투잡에 나서는 현실임에도 고용 통계가 실제보다 양호하게 집계되는 ‘통계 거품’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14일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팀에 의뢰한 ‘전일제 환산(FTE) 취업자로 본 고용의 변화’ 연구에 따르면 국내 고용 상황은 지난 1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연간 고용 동향’에 나타난 것보다 질적으로 훨씬 열악해졌다고 밝혔다.

전일제 환산 방식은 한주에 40시간 일한 사람을 취업자 1명, 주 20시간 일한 사람을 0.5명, 주 60시간 일한 사람을 1.5명으로 계산한다. 일주일에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 1명으로 계산하는 일반 고용률의 한계를 보완해 OECD에서도 공식 통계로 활용된다.

박 교수팀이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일제 환산 취업자는 2651만2000명으로 2017년과 비교해 7.3%(209만2000명) 감소했다. 반면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취업자는 2727만3000명으로 2017년 대비 54만8000명(2.1%) 증가했다.

박 교수는 “취업자 수는 늘었지만 일하는 시간의 총량은 줄었다는 의미”라며 “고용 상황이 질적으로 후퇴하면서 ‘통계 거품’이 커졌다. 취업자 증가가 주로 정부의 단시간 공공 일자리 정책에 의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대학교 취업정보게시판 모습. [연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간 고용 상황 역시 통계청의 취업자 수 통계와 전일제 환산 통계 간의 괴리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통계청의 취업자는 2019년 대비 0.6%(15만명) 증가했지만, 전일제 기준 취업자는 오히려 4.0%(109만3000명) 감소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전일제 환산 방식으로 보면 우리나라 고용상황은 과거에는 정책적 이유로, 이후에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급격히 악화됐다. 회복세와는 거리가 먼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 분야에서 전일제 환산 취업자는 지난 4년간 약 20% 감소했다. 지난해 도소매업 전일제 환산 취업자는 347만명으로 2017년보다 86만7000명(20.0%), 숙박·음식업은 2017년 대비 51만8000명(19.0%) 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까지는 최저임금 인상, 2020년 이후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매출이 급감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지난해 전일제 환산 취업자가 455만5000명으로 2017년 대비 11.3%(58만1000명) 감소한 반면 통계청은 같은 기간 취업자 수가 4.3%(19만8000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했다. 코로나19 사태를 전후로 제조업 근로자들이 퇴근 후 대리운전 등의 ‘투잡’에 나서면서 ‘통계 거품’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공공일자리 정책이 집중됐던 보건·사회복지 서비스 분야도 통계청 기준으로는 취업자가 31.9%(61만3000명) 늘었지만, 전일제 환산 기준으로 하면 15.4%(27만9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비임금 근로자 중에서도 임시·일용직 등 취약 계층이 고용 충격을 가장 크게 받았다. 전일제 기준으로 환산하면 일용직이 26.5% 감소해 가장 컸고 이어 임시직(25.8%),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순(23.6%) 순이었다.

경제 허리인 30·40 세대의 전일제 환산 취업자는 통계청 발표보다 감소 폭이 2배 크게 나타났다. 지난 4년간 30대는 13.5%(82만6000명), 40대는 14.7%(111만1000명) 감소했다.

고령층도 통계청 통계상 60세 이상 취업자는 2021년 540만6000명으로 2017년과 비교해 32.2%(131만6000명) 증가했지만, 전일제 환산 기준으로는 2021년 취업자가 467만4000명으로 집계돼 2017년 대비 17.9%(70만9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박 교수는 “경제 발전 과정에서 단시간 일자리 비중이 커지면서 머릿수 세기 방식의 통계청 고용 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시작했다”며 “전일제 환산 고용 통계의 공식 도입을 적극적으로 논의할 때”라고 말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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