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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우리 대선 후보들

‘논객’ 진중권을 다시 보게 된 건 이른바 ‘조국 흑서’를 함께 집필할 정도로 끈끈했던 ‘기생충 박사’ 서민을 향해 날린 일갈이었다. 지난해 ‘윤미향 사태’가 불거졌을 때 서 교수는 페이스북에 “윤미향은 인류가 낳은 가장 잔인한 악마… 90세 할머니 앵벌이시키려 유럽 끌고 다님, 거기서 갈비뼈 네 개 부러졌는데 ‘쌩깜’… 정인이 양모보다 윤미향이 더 나쁘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진중권은 이에대해 “비판을 하는 최악의 방식”이라고 했다. 양적으로는 턱없는 과장, 질적으로는 정적의 악마화인데 이는 비판이 아니라 선동이라고 것이다. 어쭙잖게 논객 행세를 하는 이들의 폐부를 찌르는 돌직구였다.

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어떤 일이 있어도 상대 진영의 집권을 용인할 수 없다는 사생결단식 멱살잡이가 드세다. 없는 갈등도 만들고, 있는 갈등은 혐오로 증폭된다. 후보 본인은 물론 배우자 주변의 흠결은 유튜브와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양적으로 과장, 질적으로 악마화 공정을 거치면서 석고대죄가 마땅한 중벌로 바뀐다. 여기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사업설계는 대선용 정치자금 마련을 위한 거대한 음모가 된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의 녹취록에서 흘러나온 내용을 두고선 주술정치, ‘제2의 최순실’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진다. 李·尹 후보 지지자들은 “○○가 되면 나라 망한다” “□□가 되면 이민 가겠다”며 막무가내다. 이대로라면 누가 되든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취임선언은 또 한 번의 거짓말 목록에 오를 성싶다.

3·9 대선이 역대급 비호감 선거가 된 것은 우리 후보들에 대한 자기비하적 시각과 무관치 않다.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등 산업화·민주화를 이끌었던 거목들에 비해 초라한 난쟁이들의 경쟁 아니냐는 것이다. 난세와 격동기엔 선 굵은 영웅적 면모의 대통령이 등장하고 환영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선진국 반열에 오른 지금은 강력한 카리스마보다 복잡한 이해와 갈등을 풀어낼 공유와 타협의 유연한 리더십이 요구된다. 이번 대선에서는 주요 후보들이 ‘책임총리제’ 등 권력 분산과 연합·연대의 정치에 찬동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정치 지평을 열어젖힐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다. 고만고만하고 자잘한 후보라는 냉소보다는 권력 분산과 협치, 양극화 해소, 4차 산업혁명과 기후 변화, ‘포스트 코로나’라는 대전환기를 이끌 적임자가 누구인지를 가려내는 일에 집중해보자.

소년공 출신의 이재명은 한국 사회의 보편적 복지 논의를 더 풍성하게 했고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지내며 추진력과 실행력을 보여줬다. ‘검사 외길’ 윤석열은 살아 있는 권력에도 칼을 뽑는 엄정한 법 집행으로 정권교체의 소명을 부여받았고, 권력 분산에도 적극적이다. 국민의당 안철수는 4차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 경력과 능력에서 탁월하다. 정의당 심상정은 노동 분야에 대한 전문적 식견과 사회적 양극화 해소에 일가견이 있다. 새로운물결 김동연은 기회복지국가를 화두로 신성장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정치연합이든, 공동정부든 우리 후보가 연대하고 협력한다면 이전 정치 거목들을 뛰어넘는 ‘유쾌한 반란’을 일으킬 수 있다. 뽑을 사람 없다 하지 말고 있는 후보들을 잘 키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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