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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기업들도 중국에 억울하다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쇼트트랙 편파 판정으로 불공정 논란에 휩싸였다. 억울한 실격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분노는 극에 달한 상태다. 가뜩이나 들끓었던 ‘반중’ 정서에 기름을 부었다. 선을 넘은 중화주의에 스포츠정신마저 실종됐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쇼트트랙 경기 전 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한 ‘한복 공정’까지 겹쳐 분노에 불을 지폈다.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전달하는 장면 중 흰 저고리에 분홍치마를 입고 댕기머리를 한 여성이 등장했다. 사실상 전 세계에 한복이 중국 문화라고 대대적으로 알린 셈이다.

지난해 베이징동계올림픽 홍보영상에서도 한복과 상모돌리기가 등장해 ‘문화 공정’ 논란을 빚은 데 이어 중국이 이번 개막식에서까지 한복을 대놓고 홍보해 더욱 공분을 샀다. 이미 수차례 ‘한복=한푸’ 왜곡을 이어오던 중국이 글로벌 축제인 올림픽까지 한복 공정으로 이용한 것이다. 각종 게임,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한복을 중국 것이라고 호도하는 행태가 이번 올림픽 들어 더욱 노골적으로 심화되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다.

한복 등 한국 고유 문화유산에 이어 올림픽 메달까지 빼앗겼다는 국민적 박탈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를 지켜보는 국내 기업들은 좌불안석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시장이면서 주요 사업장이 집결된 거대 생산기지이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정서를 외면하기도 어렵고 사업적 관계를 고려하면 중국을 배제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부품·소재 분야에서 한국의 대중 의존도는 29.3%로, 일본(28.9%)과 미국(12.9%)보다 높았다. 중간재에 대한 중국 의존도(2019년 기준) 역시 27.3%로, 일본(19.8%)과 미국(8.1%)을 크게 앞섰다.

하지만 기업 관계자들 역시 불편함 속에 말 못할 ‘억울함’이 있다. 기업들도 중국에 억울하게 내준 것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기업 손을 떠난 외부 요인들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5년 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 일환으로 중국에서 한국차 불매운동을 넘어 현대차를 부수는 등의 과격 행동이 거세게 일면서 이 같은 여파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여전히 중국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국 정부가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친환경차에 보조금을 몰아주면서 국내 배터리업체들도 타격을 받았다. 그러는 사이 자국을 등에 업고 중국 배터리기업은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도 중국에서 스마트폰 점유율 0%대를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2013∼2014년만 해도 삼성 스마트폰의 중국 점유율은 20%대를 기록했 지만 사드 보복 논란과 중국 자국 제품 제일주의에 삼성 제품은 지속적으로 배척되고 있다. 또 중국 당국은 국내 게임사에 판호(게임 허가증)를 내주지 않으면서 정작 한국 게임 장점을 답습해 세계 게임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기업들은 중국에서 숱한 시도를 해도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정부 등에 속 시원하게 호소하는 것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오죽하면 최근 만난 한 기업인은 “중국은 우리한테 ‘시베리아’입니다”라고 토로했다. 그들이 얼마나 혹독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지 오롯이 전해졌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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