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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라포엠 콘서트 ‘Eclipse’ 관람기, 그들의 무대는 특별했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크로스오버 그룹 라포엠(LA POEM)이 지난 5~6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개최한 단독 콘서트 ‘Eclipse(이클립스)’를 성황리에 마쳤다.

이번이 두 번째 단독 콘서트인데도, 공연장의 열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지난 5일 토요일 공연을 봤다. 팬데믹 시대 오프라인 공연장은 조금 더 여유를 두고 가야 할 것 같다. 방역 체크 등을 비롯해 사전 절차가 꼼꼼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오미크론이 급속히 확산되는 요즘 주최측이나 관객 모두 부담이 없지 않았겠지만, 철저한 방역과 소리 없이 오로지 박수로만 화답하는 코로나 공연 관객 예절을 준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리더 유채훈은 그런 부담을 안고서도 공연장을 찾아준 관객들에게 겸손하면서도 진솔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라포엠은 2020년 JTBC ‘팬텀싱어3’ 우승 이후 그해 첫 번째 앨범 발매와 2021년 첫 단독콘서트 콘서트 ‘SCENE #1’을 통해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2021년 하반기에는 싱글 트릴로지 프로젝트가 이어지며 그 6곡을 모은 스페셜 EP ‘Eclipse’가 지난 연말에 발매됐다.

이렇게 일년간 이어진 트릴로지 시리즈의 마무리가 ‘Eclipse’ 단독 콘서트였다. 공연 제목을 왜 달이 해를 가리는 천문현상인 이클립스(일식)로 해 진행됐는지를 알 수 있다. 무대에서 달과 해가 만나 이클립스 상황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실제 무대 연출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라포엠은 테너 유채훈, 테너 박기훈, 카운터 테너 최성훈, 바리톤 정민성 등 모두 성악 전공자로 구성된 팀이다. 팔세토 창법(가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공명을 더해 강하고 높은 음역의 목소리를 내는 카운터 테너(Counter Tenor)가 포함되면서 차별화가 확실한 팀이자 성악 어벤저스로 불린다.

공연장에 들어가기 전 소속사로부터 “이전 공연보다 다채로운 곡들로 채워지고, 더욱 웅장하고 풍성한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는 말만 듣고 들어갔다. 오프닝 곡은 석양의 무법자 OST와 ‘분노의 질주’ OST인 걸그룹 에스파의 ‘넥스트 레벨(NEXT LEVEL)’을 섞어 불렀다. 이내 공간감 가득한 앰비언트 사운드로 올림픽홀 전체가 채워졌다. 록 스타일의 ‘업라이징(Uprising)’이 이어지면서 유쾌하고 신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짧은 인사말에 이어진 ‘오아시스(OASIS)’와 ‘선샤인(Sunshine)’은 희망과 환희를 알려주며 벅찬 감정을 느끼기에 충분했으며, 한마디로 웅장함 그 자체였다. 최성훈도 노래를 부른 후 “부르기가 힘들다”고 했다.

유채훈은 박기훈에게 “이 노래들을 올림픽 등 큰 경기장에서 부르고 싶다고 했죠?”라고 하자 기훈은 “여기가 올림픽홀이기도 하고, 그래서 라포엠과 함께 부를 것이다”고 답했다. 이렇게 이들간의 토크는 약간 허당끼를 보여주며 관객들을 편안하고 유쾌한 분위기로 인도했다.

팝페라 가수 조쉬 그로반의 ‘Brave’를 불러 코로나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용기를 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어진 두 유닛의 무대도 독특했다. 채훈, 성훈의 ‘캘리포니아 드리밍(California Dreamin​g)’은 우리에게 익숙한 곡이지만, 약간의 편곡으로, 또 거기에 최성훈이라는 카운터 테너의 목소리가 들어가 차별성이 생기면서 완전히 새로운 노래로 탄생했다. 기훈, 민성의 ‘리멘시타(L’immensita)’는 동생라인의 파워풀함을 알려준 노래다. 민성은 저음이면서 고음도 된다는 것까지 보여줬다.

이제 이번 공연의 주제라 할 수 있는 ‘월하연가(月下戀歌)’. ‘신월(新月)’ ‘언월(偃月)’ ‘만월(滿月)’을 한 번에 불렀다. 비워지고 채워지기를 반복하는 달의 일련의 모습을 네 남자가 때로는 울부짖듯 감성 짙은 목소리로 전했다. 관객석이 훌쩍거리기도 하고 아예 오열하는 사람도 있었다. 달시리즈를 부를 때의 무대연출은 음악과 최고의 시너지를 발휘했다.

라포엠은 ‘사랑의 노래’를 불러 분위기를 밝게 돌려놓고, 또 다른 유닛이 관객을 흐뭇하게 했다. ‘귀요미 바리톤’ 민성-‘천상의 소리’ 성훈이 이문세의 ‘소녀’를 부르고, ‘불꽃 테너’ 기훈과 ‘카리스마 테너’ 채훈이 양희은의 ‘한계령’을 불렀다. 테너 기훈의 고음과 함께 약간 떨리는듯한 미세한 목소리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였다.

15분간의 인터미션후 2부의 시작은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 등 6곡 메들리로 열었다. 성악가들이 댄스 가수라니. 약간 무리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봤는데, 네 명이 군무를 추는 모습이 신선했다. 네 명의 화음은 덤이었다. 웃음과 열정, 노력이 배어있었다. 채훈은 “부끄럽다”고 했다. 하지만 좋은 시도이자 도전이었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나온 이삭이 가르쳐준 춤이라고 했다.

가사가 너무 좋다는 조용필의 ‘걷고 싶다’와 아련한 홍삼트리오의 ‘기도’, ‘눈부신 밤’, 슬픔이 배어있는 이하이의 ‘한숨’도 라포엠만의 특성을 담았다. 중년들은 화음이 좋았던 ‘기도’나 ‘걷고 싶다’가 오래 기억에 남아있을 것이고, 젊은 세대는 보편적인 창법과 멜로디로도 짙은 소울을 뿜어내며 상처를 달래주는 ‘한숨’이 생각날 것이다. ‘기도’는 70년대말의 기억을 소환해내면서도, 라포엠의 ‘기도’는 과거 노래 같지가 않았다. 나는 지금도 ‘눈부신 밤’에서 ‘I’m waiting for you’라고 부른 유채훈의 목소리가 여운처럼 남아있다.

앵콜 곡은 ‘아미고스 빠라 시엠프레(Amigos para siempre 영원한 친구)’와 ‘올 유 니드 이즈 러브(All you need is love)’로 공연의 대단원을 마무리했다.

라포엠은 바리톤 정민성이 기초를 깔면 두 테너 유채훈 박기훈, 카운터 테너 최성훈이 각기 다른 구조물을 올리는 식이다. 그런데 반드시 그렇게만 진행되지 않는다. ‘한숨’처럼 유채훈이 먼저 부를 수도 있고 얼마든지 변주가 가능하다. 라포엠의 무기는 그야말로 다채롭다. 때로는 묵직하고, 화려하며, 웅장하고, 때로는 몽환적이고, 감성적이다. 탄탄한 실력에 노력과 진심이 가미됐다. 공연 한 번만 보고나면 ‘라뷰’(라포엠 팬 애칭)가 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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