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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아직도 정답 없는 대선…대통령의 자격은

흔히 정치를 ‘목민(牧民)’이라고 한다. 정치인의 필독서 가운데도 정약용의 ‘목민심서’가 첫손으로 꼽힌다. 제자백가(諸子百家)에 ‘목민’이 처음 등장하는 걸작이 춘추시대 제(齊)나라 재상 관중(管仲)이 지은 ‘관자(管子)’다. 후대 유가와 법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자신을 다스리고 가정을 다스리고 나라를 다스릴 수 있어야 천하를 경영할 수 있다.’

관자 첫 편 ‘목민’에 나오는 말이다. 유학 경전인 대학(大學)의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가 떠오른다. 하지만 관자는 좀 더 나간다.

‘가정의 법도로 고을을 다스릴 수 없고, 고을의 법도로 나라를 다스릴 수 없다.’ 혈연집단인 가정이나 지연을 함께하는 고을을 경영하던 방법을 나라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경계다.

정치란 힘으로만 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성곽과 해자로만 나라를 지킬 수 없고, 강한 군대만으로 적에게 맞설 수 없다. 넓은 땅과 재물만으로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

인사가 중요한 점도 빠뜨리지 않았다.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주인공이지만 자신의 후임으로 ‘절친’ 포숙(鮑叔)을 천거하지 않았던 관중이다. ‘천하에 신하가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신하를 적절히 쓰는 군주가 없는 것을 걱정하라.’

대통령선거가 이제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대선 때마다 느끼는 답답함은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대통령이 된다고 전지전능해질 수는 없다.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 수두룩하고, 여론 지지가 없으면 어려운 일도 많다. 같은 편으로 이뤄진 가정이나 동네와 국가는 다르다. 업적 쌓을 욕심에 일방적으로 추진하다 다음 정부에서 흐지부지된 사례도 많다. 긴 안목의 정책일수록 정치적·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 특히 이념에 기대 ‘편’을 나누고 배척한다면 나라는 쪼개지기 십상이다. 취임 초 높던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임기 중반만 넘어가면 곤두박질치는 이유다.

대선 때마다 등장하는 ‘경제대통령’ 구호도 허울뿐이다. 선거 때는 “다 잘살게 하겠다”면서 집권 후에는 대부분 ‘상대편 길들이기’나 ‘우리 편 배불리기’만 열중한다. 일례로 집값이나 일자리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낳은 현상이지, 그 자체가 원인은 아니다. 지금의 후보들에게는 경제의 본질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 경제가 곧 안보’인 시대다. 글로벌 경제가 급박하게 바뀌고 있다. 집권 경험을 가진 거대 정당의 후보들이지만 우리 경제가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을 찾기 어렵다. 경제정책은 전문가의 역량이 중요한데 집권 후 인사철학을 언급하는 이도 없다.

다시 한번 지금의 선거 방식에 회의가 든다. 정답이 없는 객관식 문제를 푸는 기분이다. 답이 아닌데도 하나는 골라야 한다. 출제 방식을 바꾸려면 정치개혁이 필요한데 현재 시스템은 개혁의 대상이 곧 개혁의 주체가 되는 구조다. 정치인들이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을까?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남긴 저작은 자서전 이 아니라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칼럼집이다. 마침 서경(書經)에도 통하는 구절이 있으니 그나마 우리 정치에 한 가닥 희망을 가져보자. ‘어리석은 미치광이라도 늘 생각하면 성인처럼 될 수 있다’(惟狂克念作聖)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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