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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보이는 손’의 역할과 책임

경제학의 거두,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 1776)’에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s)’을 역설했다. 주지하다시피 자유시장경제를 뜻하는 것이다. 사실 426쪽이나 되는 그 두꺼운 책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란 표현은 단 한 번밖에 나오지 않는다. 시장경제의 기본적인 법칙을 의미하기는 하지만 스미스의 경제학적 용어는 그 쓰임에 따라 내포하는 내용은 다르다.

그렇다면 ‘보이는 손’은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국가의 무한책임을 논하는 시민의 요구사항이 많아지고 있는 시점이기는 하다. 과연 ‘보이는 손’이라고 할 수 있는 정부의 역할과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거의 모든 영역에 관여하는 3초(초융합·초연결·초지능)사회에 시장이나 사회에 간섭하지 않고 정책의 효율성과 그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특히나 무수히 많은 정책공약이 쏟아지고 있는 지금의 대선 국면에서 누가 어떻게 그 역할을 슬기롭고 지혜롭게 해낼 것인지 의문이다.

보이는 손의 역할과 의미를 제시한 학자도 있다. 앨프리드 챈들러 주니어는 ‘보이는 손(The Visible Hand, 1977)’이라는 책에서 경영학적인 차원에서 기업의 역할을 설명한다. 또 다른 의미에서의 보이는 손을 설명한 글이다.

정부의 역할과 책임을 분명하게 제시한 사례는 약 30여년 전에 있었던 충청남도 금산군의 홍삼전매제도를 없앤 것에서 찾고자 한다. 홍삼전매제도는 1914년부터 80년을 이어온 제도로, 담배인삼공사만이 생산과 판매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인삼을 삶은 게 홍삼인데, 농민은 인삼을 수삼으로 팔거나 껍질을 벗겨 백삼을 만들어 팔면 죄가 안 되고 홍삼으로 팔면 문제가 되는 게 당시 상황이었다. 인삼을 삶아서 팔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었다. 홍삼은 당시 백삼보다 적게는 10배에서 많게는 50배까지 비싸게 팔렸다. 인삼의 껍질을 벗기는 어려움과 백삼으로 말리는 데 참으로 많은 위대한 어머님들의 고난이 있었다.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을 없애는 데는 금산군민의 지속적인 이의 제기와 당시 금산군수로 있던 김동완 전 충청남도 행정부지사의 노력 덕분이었다. 결국 행정쇄신위원회에서 홍삼전매제도는 폐지됐고 인삼 관련업무의 주무관청은 재무부에서 농림수산부로 이관됐다. 요즈음 명절에 건강식품으로 호평받는 홍삼은 그런 역사가 있다. 자세한 부분은 김동완 전 부지사의 ‘어머니, 기쁘시죠?’(블루프린트, 2011)와 ‘장인, 장모님도 기쁘시죠?’(특별한책, 2021)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결국 정부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데에는 공무원과 시민의 공통된 노력과 열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지금 매일매일 쏟아지는 공약을 실효성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이 시대 구성원들의 노력과 함께하는 공동체가 만들어져야 가능하다고 본다.

국민의 기대와 요구사항이 현실에서 정부의 보이는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모든 공무원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세상이 공정하고 국민이 기쁘고 행복한 봄이 오기를 기대한다.

길병옥 충남대 국가안보융합학부 교수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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