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서병기 연예톡톡]이재규,“‘지우학’은 30년전 젊음의 순수함 느끼게 해준 선물”
수백번 봤어도 지루하지 않고 신선함 만끽
과도한 성폭력 묘사 지적엔 극 흐름상 필요
노란리본=세월호 연상엔 특정사건 염두 안해
원작에 없는 ‘좀비 기원’이 작품 차별화 지점
시즌1은 아이들의 살아나기 위한 버티기-시즌2는 좀비들의 생존기 될 듯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국가불행시인행(國家不幸詩人幸)’은 국가가 어지러울수록 시인들은 할 일이 많고 존재감도 알릴 수 있어 복이라는 뜻이다. 중국 청나라 역사가 조익의 말이다. 이를 ‘사회불행감독행(社會不幸監督幸)’으로 바꿔도 될 듯하다. ‘오징어 게임’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을 만든 작가나 감독도 그런 생각을 가졌을 수도 있다.

무한경쟁시대의 양극화 문제, 가치관의 붕괴, 재난이 발생해도 작동하지 않는 구조 시스템에 대해 제작진이 경각심을 불어넣어준 작품들이다. 이 말에 대해 어떤 느낌이 드는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의 이재규 감독(51)에게 한번 물어봤다.

“많이 공감한다. 국가가 안정망을 갖춰야 한다. 시인이 국가가 불행하면 말을 많이 하게 되지만 희망도 줘야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는 몇몇 불행들이 담겼는데, 여기서 벗어나 조금 더 책임있는 어른이 됐으면 한다. 지금 아이들에게 우리가 어른스럽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이번 작품에도 있는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인간은 절망에 빠지고 나서야 비로소 자기가 누구인지를 알게 된다’는 말과도 맥락이 통하는 것 같다.”

‘지금 우리 학교는(지우학)’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한 고등학교에 고립된 이들과 그들을 구하려는 자들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극한의 상황을 겪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 1위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반응이 심상치 않다.

연출을 맡은 이재규 감독은 MBC에서 ‘다모’ ‘패션 70s’ ‘베토벤 바이러스’ 등을 연출했고, ‘역린’ ‘완벽한 타인’ 등의 영화 감독으로 능력을 입증했다. 이번에는 OTT물 ‘지우학’으로 또 한번 대박을 터뜨렸다.

-좀비물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지. 코로나 사태와 맞물러 더 주목받는 것 같다.

▶나는 호러물을 별로 안좋아했는데 ‘지우학’ 대본을 보고 지금은 좋아하게 됐다. ‘지우학’은 7년전부터 준비했으나 부정적인 시선이 있었다. ‘부산행’의 성공으로 추진력을 얻었다. 코로나 이전에 기획돼 무증상 감염, 격리소 등의 대본 단어가 익숙하지 않았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놀랍기도 하다. 사회의 한 단면을 다루는데, 코로나로 좀 더 와닿을 수 있을 것 같다.

-넷플릭스 전 세계 1위에 올랐다. 주위 반응은 어떠했나? 또 소감은?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때도 연락을 많이 받았는데, 이번에도 많은 연락을 받았다. 기사로 접하는 성적이 나쁘지 않아 설렌다. 반응이 있어 연출자로서는 기쁘다. ‘오징어 게임’이 먼저 문을 열어준 것이다. ‘지우학’도 그런 역할을 했으면 한다.

-작품속에는 사회적 메시지가 많이 들어가있다. 감독님은 이를 어떻게 느꼈나?

▶극을 즐기다보면 정서적으로 뭔가 느껴지거나 삶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작품을 좋아한다. ‘지우학’도 좀비물로 그런 극의 성격을 가졌으면 했다. 그러면서 점점 깊이 몰입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기저에는 뭔가 느끼고 생각할 여지를 담고자 했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고, 학교는 우리 사회의 거울이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바람직하지 않는 일들도 우리 사회의 반영이라고 보고, 담았다.

-‘지금 우리 학교는’이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첫째, 좀비에 대한 관심, 둘째, ‘오징에 게임’의 효과, 셋째, K콘텐츠는 뜨겁다는 점이다. 서구의 정제된 드라이한 극들이 많은데, 한국은 덜 정제됐지만 뜨겁다. 어릴때 가진 순수한 마음을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줄 수 있는 것이 K콘텐츠가 사랑받는 한 축이라고 생각한다. 유럽, 아시아 평론가의 반응을 봤을때, 기쁜 적도 있었고, 프랑스 평론가는 펑펑 운 적도 있다고 했다. 사람 생각과 마음은 다 다르겠지만 사람으로서 가진 보편성과 정서는 다 통한다고 생각해 반갑기도 하다.

-실제로 효산고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완성된 작품을 본 느낌은?

▶기자도 신중한 기사를 쓸때 예민해질 수 있듯이, 나도 작품에 들어가면 예민해져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잘할 수 있을 까 하는 부담감과 압박감을 느끼는데, ‘지우학’은 설레면서 갔다. 수백번 반복해서 봤는데 아직 지치거나 지루하지 않다. 아이들이 만든 앙상블이 재밌고 신선하다. 저에게 새로운 걸 느끼게 해줬다.

-다양한 캐릭터들을 어떻게 섭외했나. 캐스팅때 염두에 둔 점은?

▶배우 본성이 실제 캐릭터랑 닮아있었으면 했다. 경수와 이삭, 대수 캐릭터도 실제 본인과 닮아있다.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캐릭터가 되거나 목표에 대해 고민하지 말라고 했다. 캐릭터는 자신에게서 출발한다. 그렇게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학교폭력을 다루면서 ‘성폭력’은 소재가 센 것 같다.

▶폭력적인 상황은 비극이다. 성(性)도 그러한 한 축이다. 원작은 훨씬 더 폭력적이다. 성폭력은 영상화할때 순치했다. 원작은 웹툰의 묘미에 필요해서 주가 됐지만, 그걸 표현하는 데 극단적인 성폭력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아이들이 얼마나 힘든 상황에 노출돼 있었으면, 목숨을 걸고 수치 장면을 없애려고 했을까? 이는 자극적이거나 시청자 끌어들이기용은 아니다. 이야기하는데 필요한 설정이다.

-잃어버린 아이들의 이름을 노란 리본에 묶는 모습 등에서 세월호가 연상된다고도 하는데.

▶아이들은 희망을 잃어버리고 국가가 해줄 건 별로 없고 해서 세월호가 연상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사고 등 지난 20~30년간 있어서 안되는 불행이 시스템 부재, 책임 부재로 발생한다고 생각하고 그것들에 대한 반성과 고민이 담겨있는 것이지, 세월호라는 특정 사건을 염두에 둔 건 아니다.

-웹툰 원작에는 없지만 시리즈를 위해 각색한 장면 중 꼭 필요했다고 생각하는 장면은?

▶바이러스의 기원, 좀비 기원은 원작에 거의 없었는데, 우리는 이 바이러스가 어디에서 왔고 해결책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바이러스는 인간에게서 왔고, 해결도 인간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게 원작과 다른 지점이며 저희 작품답게 만든 부분이다.

-빌런 캐릭터들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유인수, 이유미 등은 어떻게 캐스팅했나?

▶유인수가 귀남과 닮아있다고 말씀 드릴 수는 없다. 귀남은 좀 복합적이었으면 했다. JTBC ‘열여덟의 순간’에서 연기하는 걸 보고 반했다. 30~40대도 연기하기 어려운 걸 해냈다. 귀남도 단순 악역보다는 이 아이의 딜레마가 형성되는 면까지 다양하게 표현하기를 원해 유인수를 필요로 했다.

이유미도 굉장히 많은 측면이 있다. 맑은 순수도 있고, 고립된 불안도 있다. 영화 ‘박하영’의 세진 캐릭터를 보고 반했다. 이렇게 다양한 감정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 이유미를 캐스팅했다. 그래서 아버지로부터 따귀를 맞고 학교에 와 고립되는 나연의 프리 스토리를 뺐다.

-시즌2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시즌1은 살아남기 위해 버티는 이야기다. 생사여탈권을 뺏긴 아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라면 시즌2는 다른 얘기가 될 것 같다. 남라와 귀남 처럼 살아있는 상태에서 좀비가 된 케이스 등 다양한 좀비와 인간이 부딪치는 좀비들의 생존기가 될듯하다.

-‘지우학’은 감독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인가?

▶죽을때 까지 잊기 어려울 것 같다. 30년전으로 돌아가 청년기로 돌아가 살아갈 수 있었다. 배우들이 갖고 있었던 젊음의 순수함을 느꼈다. 소원을 이뤘다.

wp@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