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팀장시각] 아리송한 주택시장 감별하는 법

요즘 주택시장 관련 뉴스를 보면 좀 아리송하다. ‘찬바람 부는 청약시장’ ‘싸늘해진 아파트 청약’ 등과 같은 제목이 검색돼 내용을 보니 올 1월 전국 아파트 청약경쟁률이 15.5대 1로, 지난 한 해 평균(19.7대1)보다 낮아졌다는 내용이다. 특히 서울 경쟁률은 34.4대 1로, 지난해(164.1대 1)의 ‘5분의 1’ 토막이 났단다. 경쟁률 34.4대 1을 ‘찬바람’으로 불러도 되나?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도 꽁꽁’ ‘경매시장이 얼어붙었다’ 등과 같은 제목이 검색돼 확인해보면 1월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103.1%로 지난해 10월(119.9%)보다 16.8%포인트 낮아졌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10월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때다. 역대급 과열시기와 비교해가며 ‘꽁꽁 얼었다’고 하는 게 제대로 된 상황 전달일까. 몇 년 전만 해도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평균 80%대였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3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시장의 하향 안정세는 더 속도를 낼 전망”이라고 했다. 그가 근거로 삼은 자료는 정부 공식 통계기관인 한국부동산원이 매주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조사’다. 이 자료에 따르면 1월 넷째 주(24일 기준) 서울 아파트는 2020년 5월 이후 1년8개월 만에 -0.01% 변동률을 기록하며 하락 전환했다.

그런데 금융권에서 대출 자료로 활용하는 KB국민은행의 ‘주간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값은 0.03% 올라 3주 연속 0.03% 오름폭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 공식 통계기관은 집값이 떨어진다는데 민간 은행의 집값 조사 결과는 여전히 오름폭을 유지하고 있다.

7일 통계청은 ‘1월 소비자물가 동향’ 자료를 통해 지난달 집세는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했다고 발표하였다. 전세는 2.9%, 월세는 1.1%의 상승률을 보였는데 전세 상승폭은 2017년 8월(2.9%) 이후 가장 높은 것이라고 하였다. 전월과 비교하면 전세는 0.2%, 월세는 0.1% 상승해 1년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홍 부총리가 “전세시장도 매매가 하락, 매물 누적 등으로 수도권은 하락 전환하고, 서울도 상승세를 종료하였다”고 진단한 것과 엇박자를 보이는 뉴스다.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2021년 12월 부동산시장 소비자심리지수’에는 흥미로운 결과가 있다. 수도권 거주자들에게 주택 구입계획을 물었더니 ‘3개월 이내’라고 답한 사람의 비율은 2.8%에 불과해, 연초(1월 기준 6.6%)보다 대폭 줄었다. 그런데 ‘12개월 이후’라고 답변한 사람은 같은 기간 76.6%에서 78%로 오히려 늘어났다. 3개월 이내 집 살 사람에 집중하면 주택 매수세는 크게 위축되었다. 그런데 12개월 이후 집 사겠다는 답변에 주목하면 주택 매수세는 여전히 살아 있다.

지금 주택시장은 ‘억대 하락 줄이어’라는 뉴스와 ‘여전히 신고가 찍는 수도권 아파트’라는 기사가 동시에 검색되는 시기다. 대출 규제로 매수세가 위축된 게 사실이고, 거래량이 역대급으로 줄면서 경향성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소규모 거래 사례 중 어떤 것에 집중하냐에 따라 시장 판단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기저효과’를 집값 추세로 판단해선 안 된다.

jumpcut@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