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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신라이프] 아랫물이 맑으려면 윗물부터 맑아야 한다

중국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유명 쇼트트랙 선수 심석희는 이 축제에 초대받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21일 빙상연맹으로부터 국가대표 자격 박탈 2개월 징계를 받은 심석희는 법원에 징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법원이 기각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결정이 올바르지 못하다는 의견들이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먼저 빙상연맹의 징계가 성폭력 가해자 조재범 코치가 불법적으로 공개한 포렌식 자료를 근거로 한 것이기에 법적으로 효력을 가질 수 없다는 의견이 있다. 이는 심석희 측 변호사가 가처분 신청의 근거 중 하나로 주장한 바이기도 했다. 더불어 형사 사건에서 가해자의 방어권을 빌미로 피해자 측 정보에 손쉽게 접근하고 열람할 수 있는 현행 사법제도의 허점 또한 개선할 필요성에 대한 경종을 다시 한번 울리기도 했다. 물론 심석희의 동료 선수나 코치에 대한 비하 표현이 정도를 넘어선 것은 사실이다. 고의성은 확인할 수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동료 선수와 충돌을 일으켰던 점 역시 분명히 팀워크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 볼 수 있다. 실제로 당시 부상 피해를 입었던 선수는 심석희와 같이 훈련하거나 경기를 치르는 것에 대해 심한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전해지기도 했다. 따라서 월드컵이나 올림픽과 같은 큰 대회를 앞둔 연맹으로서는 심석희의 선수촌 생활이나 대회 출전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빙상연맹의 징계나 법원의 가처분 신청 기각이 정당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성폭력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에 힘을 더해준 것이기 때문이다. 조재범이 심석희의 메신저 내용을 공개한 것은 법적으로도 정당한 행위가 아니었을 뿐 아니라 스스로에게 어떤 유리한 영향도 가져올 수 없었음에도 오로지 심석희의 평판을 깎아내리기 위한 보복성 행위였다. 조재범 측 변호사조차 공개를 말렸던 이 부당한 행위를 통해 밝혀진 개인 간 대화 내용을 근거로 빙상연맹은 심석희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했고 법원은 그 결정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나 건드리면 너라고 무사할 것 같으냐?” 같은 전형적인 가해자의 협박 및 위력 행사가 실제로 피해자에게 유효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예·체능계에서는 사제간, 선후배 간 위력 행사나 권위자 사이의 알력관계 등이 개개인에게 압박으로 작용하는 부조리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그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되고 말았다.

더구나 심석희는 코치였던 조재범에 의한 성폭력 및 폭행 피해로 심신 불안을 심하게 겪고 있었고, 동료 선수에 대해 과다한 적대감을 드러냈던 배경에는 빙상연맹 내 알력관계 및 갈등에 물든 과다한 경쟁의식이 있었다. 따라서 심석희 개인에 대한 징계로 이 문제를 끝낸다면 선수들을 올바르게 키워내야 할 빙상연맹 관계자 및 지도자들의 책임은 사라지고 만다. 특히 심석희가 청소년기에 겪었던 성폭력 및 폭행 피해와 비슷한 처지에서 괴로워하고 있을 청소년 피해자들에게 이번 결정이 어떤 메시지로 다가왔을지를 생각하면 성적과 단체의 이익만을 앞세운 것처럼 보이는 어른들의 판단이 더욱 무책임하게 다가온다.

김기태 A.S.A.P. 여성호신술 대표강사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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