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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대한민국 기업들 미국 산업의 지형을 바꾸다

대한민국 기업들이 미국 주요 주(州)들의 산업지형을 바꿔놓고 있다.

끝없이 펼쳐진 목화밭과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인권운동이 시작된 앨라배마주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배경인 조지아주는 현대·기아차의 투자를 발판으로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생산지역으로 발전했다. 조지아에는 미국 최대 규모의 한화큐셀 태양광 모듈공장도 있다. 광활한 목장과 카우보이로 유명한 텍사스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로 미국 첨단산업 공급망의 핵심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컨트리뮤직과 재즈의 고향인 테네시주와 루이지애나주에는 LG세탁기, 한국타이어, 롯데케미칼 석유화학공장 등이 들어서며 제조업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과거 디트로이트를 중심으로 GM, 포드 등 세계 자동차산업의 중심이었다가 쇠락했던 미시간주도 역시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투자로 첨단 전기차 시대를 활짝 열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미국내에서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미래 기술과 산업의 패권을 좌우하게 될 핵심 첨단 공급망 구축의 중요한 플레이어로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향후 6년간 미국에 신설되는 배터리공장 14개 중 11개가 한국 기업이나 한·미 합작 투자로 진행 중이며, 2025년이 되면 미국 배터리 생산의 70% 이상을 한국 기업이 담당하게 된다.

필자가 미국 상무관으로 근무하던 수년전만 해도 느낄 수 없었던 그런 존재감이다. 요 몇 년 사이에 우리 기업들이 급변하는 기술 및 산업 환경 변화에 민첩하고 과감하게 적응하며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최근 미국 출장(1월 25일~2월 3일) 중 워싱턴DC에서 미국 50개주의 주지사가 모이는 전미주지사협회 행사에 참석해 11명의 주지사와 연달아 회의를 하면서 이런 우리 기업들의 달라진 위상을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이번에 만난 주지사와 상하원 의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바이오 등 한국 기업들의 투자를 희망합니다! 적극 지원하겠습니다!”이다. 특히 ‘한국사위’로도 유명한 래리 호건 메릴랜드주지사는 메릴랜드에 소재한 노바백스의 백신을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생산하는, 한·미 백신 공급망 협력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지난해 배우 윤여정 씨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으로 화제가 됐던 영화 ‘미나리’의 배경인 아칸소의 에이사 허친슨 주지사 역시 한국 첨단 기업들의 투자를 요청하였다.

코로나19로 세계 각국은 심각한 공급망 교란을 경험하고 있다. 수십년간 효율성 극대화에 맞춰 형성돼온 공급망의 안정성, 복원력 확보가 화두가 되었고, 상호 가치를 공유하고 신뢰할 수 있는 우방국 간 공급망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 기업들이 주요 산업의 공급망에 핵심 연결고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3월 15일로 발효 10년차를 맞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초기에는 상품 교역 중심이었지만 양국 기업들의 활발한 쌍방향 교역으로 무역과 투자 양쪽에서 확대 균형을 잡고 있다. 통상 당국 역시 축구로 치면 최전방 공격수인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 역할을 하며 국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중원을 확실히 장악하면서 필요한 지원을 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핵심 원재료 수급에 문제가 없도록 자원부국들과 원자재 공급망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와 같은 새로운 역내 공급망 관련 논의에도 최대한 국익 차원에서 검토·대응할 방침이다. 또 해외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이 현지에서 좋은 투자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다. 임인년 새해에도 글로벌 공급망에서 우리 기업들이 대체가 불가능한 핵심 플레이어로서 호랑이처럼 웅비하기를 기대한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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