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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 정문 가까울수록 휴·폐점…초토화 된 대학상권
코로나 3년째…‘부동산 사장님’도 짐 싸
상점 문닫고 학생 떠나고 부동산 얼어붙어
이대 정문부터 신촌기차역까지 ‘임대 문의’
대학생 거주 소형단독·다가구 거래도 줄어
일부 먹자골목은 ‘북적’…정문쪽이 더 타격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근처 상점들. 사진 속 거리 상점 8곳에 ‘임대문의’ 팻말이 붙어있다. 김빛나 기자

지난 5일 오후 3시께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앞 거리. 정문부터 신촌기차역까지 늘어선 대부분의 건물에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었다. 이화여대 인근 신촌이대거리는 한때 외국인 관광객과 대학생들로 가득한 번화가였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에는 많은 가게들이 떠났다. 이곳에서 21년 동안 상가 매물을 중개한 A공인중개사 사장은 “이렇게 거래가 없었던 적은 처음이다. 건물 시세가 조정된다 해도 오미크론 때문에 최소 1년 이상은 이 상태일 것 같다”고 말했다.

영업 중인 가게들도 이곳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2년을 빚을 내며 버텼으나 오미크론 확산으로 앞으로도 상황이 나아질 거란 기대가 적어서다. 28년의 역사를 가진 밥집을 운영하는 최남순(65) 씨는 “오랫동안 매출이 줄어 소득이 없다 보니 1월 월세와 대출금 이자를 내지 못했다”며 “직원도 5명이었는데 전부 다 내보냈다. 이제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신예진(25) 씨는 “코로나19 이전에 지점을 추가로 낼 정도로 인기 많았던 감자튀김 맛집도 최근에 문을 닫고, 밥집들도 빠르게 사라졌다”고 했다.

‘이대 상권’은 외국인 관광객 감소와 맞물리면서 빠르게 쇠락하고 있다. 텅빈 거리를 배회하고 있던 한 관광통역안내사는 “1주일 동안 외국인을 10명 정도 만났는데, 대부분 유학생이었다”며 “요즘은 내국인 안내를 중심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동산도 문을 닫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화여대 인근에 위치한 B공인중개사 대표는 “아는 중개소만 3곳이 문을 닫았다”며 “자영업자랑 부동산은 한몸이다. 권리금도 안 받고 나가니 중개수수료도 깎으려 하고, 자연스럽게 중개사 수익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상가뿐만 아니라 대학생들이 거주하는 소형 단독·다가구 거래도 줄고 있다. 7일 헤럴드경제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시시스템을 통해 서대문구 내 대학가 지역 9곳의 원룸 거래량( 60㎡ 이하, 전월세 기준)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이후 거래량이 크게 줄었다. 예비 대학생과 재학생의 거래 많은 1·2월 거래량은 2020년 코로나 확산 초기 527건이었으나, 지난해에는 385건으로 감소했다. 올해 1월도 119건에 불과해 이달 거래량을 포함한다 해도 전년도보다 비슷하거나 낮을 가능성이 높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대·신촌 부근 상가들은 코로나 시국이 지난다 해도 급속도로 회복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인근에 홍대입구역이 있어 대학생들 사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가 찾아왔다”고 분석했다.

전반적인 대학가 침체 분위기 속에도 차이는 있다. 이화여대 정문 부근처럼 대학생 유입이 많았던 정문 근처 가게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이 다른 가게보다 컸다. 한때 대학생 사이에서 인기 있었던 가게도 현재는 배달로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건국대 정문 부근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박모(35) 씨는 “코로나 확산 전 평일·주말에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 대부분이 대학생이었는데, 대학생이 없으니 홀 매출이 70% 감소했다”며 “정문 쪽과 인근 먹자골목 쪽 분위기는 차원이 다르다. 여기(정문 부근)는 코로나 영향을 심하게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박씨가 말한대로 일요일이었던 지난 6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부근 분위기는 크게 엇갈렸다. 먹자골목 쪽에는 주말을 즐기려는 젊은층으로 붐볐지만, 정문과 가까운 거리에는 사람보다 배달원이 더 많았다. 역에서 멀리 떨어져 대학생 의존도가 높았던 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희대 정문 근처에 있는 C공인중개사 직원은 “유동인구보다 대학생들 위주로 돌아갔던 지역이라 비대면 수업 여파로 원룸·상가 매물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학가가 침체되면서 학생들이 전보다 생활이 어려워질 것으로 분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학가는 학생들을 상대로 하기에 계절적 요인이 약점인 지역”이라며 “코로나 이후 수요가 크게 줄면서 동네 슈퍼, 식당 같은 곳이 사라지고 상권 분위기 자체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심 교수도 “하숙집처럼 대학생에 의존했던 곳도 사라질 것”이라면서도 “다만 상권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학생들이 돌아오면서 빠르게 회복하는 지역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빛나·김희량 기자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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