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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주희의 현장에서] 배달앱 개발에 소매 걷은 사장님들

“배달앱이 생태계를 다 망쳐놓은 거죠. 배달 수수료와 배달비를 이렇게 올려 놓으면 소비자, 자영업자나 라이더 모두 (배달앱 플랫폼에서) 같이 못 가요.”

천정부지로 치솟는 배달비에 배달 애플리케이션 자체 개발에 나선 한 음식점 사장님의 말이다. 서울 강남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그는 배달의민족 ‘맛집 랭킹’에 오를 정도였지만 새해부터 동료 자영업자 10명과 뜻을 모아 배달의민족·쿠팡이츠 대항마를 만들고 있다.

경기도에서도 일부 자영업자가 배달앱을 탈출해 지난달 ‘굿딜리버리’라는 자영업자 배달 협동조합을 구성했다. 손님 응대와 음식 조리, 매장 운영만 해도 바쁠 사장님들이 배달 애플리케이션 개발까지 나설 정도로 현실이 만만치 않다는 뜻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3300원이었던 수도권 기본 배달 대행료가 5000원 수준까지 올랐다. 배달 대행업체들의 배달기사 모집 경쟁이 격화돼 기사들 몸값이 치솟은 탓이다. 여기에 ‘단건 배달’을 앞세워 수수료 할인 프로모션을 하던 배달 플랫폼기업들이 요금제 손질에 들어갔다.

단건 배달은 2019년 쿠팡이츠가 출시되면서 새로 생긴 서비스로, 한 번에 한 건만 배달하도록 하였다. 이전까지는 배달기사 한 명이 한 번에 3~4건을 처리했지만 단건 배달로 배달기사들에게 배달비를 올려 주게 되었다. 또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이 단건 배달 지원료를 쏟아부으면서 출혈 경쟁이 심화되었다.

자영업자들은 자신들을 더욱 화나게 하는 것은 ‘배달 앱의 복잡한 셈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쿠팡이츠가 지난 3일부터 적용한 새로운 단건 배달 요금제를 보면 ‘수수료 일반형’과 ‘수수료 절약형’, ‘배달비 절약형’ ‘배달비포함형’ 등 네 가지 요금제로 구분되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자영업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지만 일반형 기준으로 요금제는 더 비싸졌고 계산은 복잡해졌다.

일반형 기준 배달 앱 중개수수료는 주문금액의 9.8%, 여기에 배달비 5400원이 더해진다. 손님이 2만원어치 음식을 주문하였다면 수수료 1960원을 쿠팡이츠에 내고 배달비 5400원은 업주 판단에 따라 고객과 나눠서 부담하게 한다.

그동안 단건 배달 프로모션으로 수수료가 1000원, 배달비 5000원으로 고정되어 있던 것과 비교하면 업주들의 부담이 더 늘었다. 자영업자들은 복잡한 요금제에 계산기를 두들기며 부담이 늘었는지 살피느라 번번이 진땀을 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배달은 없어서는 안 될 서비스라지만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에게 외면받는 것도 한순간이다. 배달업계가 망쳐 놓은 생태계에서 공공 배달 앱이나 자영업자들이 직접 운영하는 배달 앱 등 새로운 대안을 찾으려는 이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배달 플랫폼기업들이 출혈 경쟁을 멈춰야 할 때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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