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대행사 시스템 고수
메뉴 수정 복잡…사용성도 문제로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은행권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신한은행 배달 플랫폼 ‘땡겨요’가 파격적인 혜택에도 불구하고 소상공인의 외면을 받고 있다. 인지도가 부족해 입점 자체에 의구심을 갖는 업장이 다수고, 일부 업장의 경우 입점 신청을 해도 2주가 넘게 등록이 진행 중이다. 아직 사업 초기이지만, 배달 시스템과 사용성 등도 문제로 거론된다.
지난달 14일 공식 출범한 ‘땡겨요’는 신한은행이 야심차게 내놓은 배달 서비스다. 현재 서울 6개 구에서 제한적으로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 땡겨요는 수수료 2%(타 배달 플랫폼 12~15%)에 광고 수수료를 받지 않고, 당일 정산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 3개월 매출을 바탕으로 최대 1000만원까지 빌려주는 대출상품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수수료 등 조건이 좋은 것에 비해 소상공인의 반응은 냉담하다. 우선 가맹점 신청하고 등록까지 걸리는 기간이 길게는 2주가 넘게 소요된다. ‘신한은행 O2O(온·오프라인 연계) 추진단’에서 가맹점 접수·확인·등록 작업을 모두 진행하는 상황이라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추진단 인원은 200명인데 개발 인력을 제외하면 인력 자체가 대형 배달 플랫폼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가맹점주들의 플랫폼 입점 절차 관련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좀 더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땡겨요 화면] |
‘땡겨요’ 배달 시스템이 현재 배달 트렌드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은 자체 라이더를 통해 한 집만 배달하는 ‘단건 배달’을 주로 운영한다. 배달 대행사가 요구하는 배달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고, 대행사를 통하면 배달 기사가 잡힐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기 때문이다. 땡겨요에 입점한 한 가맹점주는 “수수료가 훨씬 낮다는 얘기에 땡겨요 출시만을 기다렸는데, 대행사를 끼고 하니까 배달비가 비싼 것은 물론 배달이 잡히지도 않는다”면서 “1시간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땡겨요 주문 대부분은 고객에 양해를 구하고 다른 배달 플랫폼으로 다시 주문해달라고 요청하곤 한다”고 토로했다.
이밖에 앱 ‘사용성’도 문제로 거론된다. 가맹점들 사이에서는 ‘접수’와 ‘접수+배달’을 나눠놓는 등 주문받기가 복잡한 시스템 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메뉴 수정이 빠르게 되지 않는 점도 가맹점들의 불편을 불러 일으키는 요소다.
일부 가게들은 인지도가 부족해 ‘땡겨요’ 가입을 꺼리고 있다. 마포구에서 요식업을 하고 있는 한 소상공인은 “인지도가 부족하고 은행에서 하는 게 맞는지, 왜 하는건지 잘 몰라서 가맹 가입이 꺼려진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측은 “TV광고 등 마케팅을 기획하고 있다”며 “아직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사용성 개선 등 앱 고도화에 매진하고, 연내 구 확대 등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nature68@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