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여야 합의해도 추경 확대 반대” 고수
과거에도 정책 두고 이재명-홍남기 설전 반복
與 내에서는 “퇴진 요구 때보다도 반감 심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35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강조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야가 합의해도 추경 확대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간 주요 경제정책마다 이 후보와 각을 세웠던 홍 부총리가 추경 확대에 다시 반대하며 민주당 내에서는 “재정당국이 정치를 하려 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4일 홍 부총리의 추경안 확대 반대 입장에 대해 “홍 부총리가 월권을 하는 것 같다. 국민을 대표하고 국민이 직접 선출한 권력에 임명 권력은 지휘를 받는 것이 정상”이라며 “그런데 행정부 소속 부처 책임자인 홍 부총리가 여야가 합의해도 수용하지 않겠다고 단언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책임을 물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발언”이라고 거듭 비판한 이 후보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는 “홍 부총리가 정치를 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같은 날 추경안 심사에 나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홍 부총리를 향해 “인색하다”는 여당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양경숙 민주당 의원은 “IMF에 따르면 우리나라 코로나 대응 재정정책 규모는 GDP 대비 6.4%로 미국 25.5%, 일본 16.7%, 독일 15.3% 등 주요 선진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라며 “IMF 당시에 공적자금투입금액이 169조이고 미회수 금액이 50조원을 넘는데 과거 경제위기 당시 도덕적해이와 방만경영이 지적되었던 대기업이 포함될 때는 관료들이 과감하게 지원에 나섰으면서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취약계층 대상 지원에는 왜 이렇게 인색한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주요국의 코로나19 대응 재정정책 규모를 살펴보면, 호주의 경우 GDP 대비 18.4%를 코로나19 대응에 사용했고, 캐나다 15.9%, 프랑스 9.6%, 독일 15.3%, 일본이 16.7%를 사용했다. 반면, 한국의 경우 127조원을 사용하면서 GDP 대비 지출은 6.4%에 그쳤다.
이 같은 여당의 지적에 홍 부총리는 “정부도 여력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동원해서 지원을 위해 노력해왔다”라며 “그것이 충분하지 않고 또 그분들에게 피해에 완전하게 다 복구되지 못한 것은 저희도 잘 알고 있지만, 재정은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또 국가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최대한 노력했다”고 맞섰다.
앞서 홍 부총리는 코로나19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과 손실보상 확대, 지역화폐 관련예산 삭감, 추경 확대 등 재정정책 논의 때마다 이 후보와 설전을 벌였다. 지난해에도 이 후보는 정부가 재정 확대를 거부한 데 대해 “홍 부총리님을 비롯한 기재부에 묻고 싶다. 뿌듯하시냐. 만약 그렇다면 경제관료로서의 자질 부족을 심각하게 의심해야 한다”고 공개 비판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두텁기가 큰 바위는 바람이 몰아쳐도 꿈쩍하지 않듯 진중한 자의 뜻은 사소한 지적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는 내용의 법구경 문구를 소개하며 “기재부와 저의 업무에 대해 일부 폄훼하는 지나친 주장을 듣고 문득 다음 법구경 문구가 떠올려졌다”고 이 후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국회 기재위 소속 민주당 관계자는 “대선 국면에서 여야 합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는 행정이 아닌 정치의 영역”이라며 “과거 퇴진을 요구했던 것 이상으로 홍 부총리에 대한 여당 내 반감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