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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우스 인사이트] 반등구간, 각기 다른 선택지가 주어진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베스트투자증권 제공]

사랑에 빠지면 상대의 모든 것이 좋다. 아쉽게도 시간이 흘러 일상이 되면 상대의 흠을 여럿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사랑한다. 미움이 쌓여 그 사람을 증오하게 된다 해도 상대방에 대한 관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랑과 증오, 둘 다 누군가를 향한 관심이다. 사랑의 반대는 증오가 아니라 무관심인 이유다.

2021년 1월 주식을 통해 부자가 되려는 열망이 가득했다. 서점에는 주식투자관련 서적이 가득했고, 장기투자의 환상 속에 주식투자는 별 거 아니라는 자신감이 팽배했다. 2022년 1월 사랑은 증오로 바뀌었다. 증오의 대상을 찾아 분풀이하려는 주린이들의 소음이 가득하다. 증오는 아직 한국 증시를 향한 기대가 남아있음을 의미한다. 무관심의 늪에 아직 빠져들지는 않았지만, 빠른 시간에 이전의 애정을 회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주가 상승을 이끌어온 유동성과 기업이익 증가 속도가 둔화됐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 저평가를 지속시킨 주주가치 훼손은 여전하고, 주가활황을 틈탄 주식시장 공급물량 확대도 여전하다. 현실이 바뀌어야 하지만, 자본은 감정이 없다. 상황이 개선되기 어렵다면, 이를 활용하는 이들의 출현도 감안해야 한다. 투자는 소망이 아닌 현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소망과 믿음이 아닌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다. 수많은 투자도서를 정독하고, 실전 투자자의 성공 사례를 복기했다고 투자자의 판단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누군가의 답안지가 아닌 스스로 반문하는 질문 속에 길이 있다.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처럼 투자는 질문하고, 추론하고, 그에 기반해 행동하는 과정의 반복일 뿐이다. 누군가의 의견에 비판이 아닌 비난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스스로 추론하는 능력이 없는 투자자이다. 투자성과가 좋지 않다면, 그 중 8할은 자신의 판단이 잘못된 것이다. 남 탓하는 투자자는 변동성 장세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투자는 선택이다. 이것 말고 저것을 선택하면 하나를 잃게 된다. 갖고 있는 것보다 잃어버렸을 때 상실감이 더 크다. 안 가본 길은 후회가 따르지만, 그 역시 스스로 한 선택이다. 그래서 바로 지금 선택해야 한다. 레버리지를 쓰거나, 주식비중이 너무 높아 손실폭이 너무 커져 있다면, 주가추이와 상관없이 일정부분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 미리 위험을 대비해 현금비중을 높여온 투자자라면 이제부터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진 주식을 분할 매수할 구간이다. 상황을 피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투자에 있어 감정이 아닌 포지션에 따라 각기 다른 선택지가 놓여 진다.

하지만 어떤 선택지를 취하든 위험관리가 최우선이다. 주가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이 나온 뒤가 더고민이다. 영화 매트릭스의 한장면이 떠오른다.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선택을 제시한다. “너가 파란 약을 먹으면 믿고 싶은 걸 믿게 될 거야. 하지만 빨간 약을 먹으면, 이상한 나라에 남아” 이후 사이퍼의 선택(환상)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네오의 선택(현실)이 옳은 것인지? 답은 분명하다. 사이퍼의 선택은 옳지 않다. 파란약으로 얻은 것은 환상으로 구성된 거짓일 뿐이다. 네오가 빨간 약을 자유 의지로 선택한 것처럼, 고난을 겪어도 현실에 머무는 것이 맞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 유동성과 이익 개선이라는 두 개의 모멘텀에 힘입어 주가는 올라섰고, 이제 상황은 바뀌었다. 압축적인 통화 정책전환으로 유동성은 회수될 것이고, 비용상승으로 인한 기업이익 증가세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유동성과 기업이익을 향한 투자자들의 기대수준이 더 낮아져야 한다. 더 큰 기회는 주식을 향한 사랑이 증오에 머무를 때가 아닌, 무관심으로 전환될 때 출현할 것이다. 사랑과 증오의폭풍이 지나고, 스스로에게 평온이 머무를 때 견고한 믿음이 사랑의 방향을 알려줄 것이다.

아쉽게도, 여전히 많은 이들은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 한다. 동일한 집단 내에서 편안함을 느끼며,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길 희망하기 때문이다. 그런 모집단 속에서의 확신은 환상이지 현실은 아니다. 그럼에도, 믿고, 강요한다. 믿음은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반등 국면에서 투자자는 어떤 약이든 선택을 해야 한다. 파란 약(환상)이든, 빨간 약(현실)이든,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parkid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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