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에는 자발적 혈압 측정 나선 최초 고릴라돼
서부로랜드고릴라, 지난 20년간 개체수 60% 이상 감소
미국 애틀랜타 동물원에 살던 수컷 서부로랜드고릴라 ‘오지’가 61세의 나이로 숨졌다. 지난해 오지가 60세 생일을 맞아 받은 케이크를 만지고 있다. [애틀랜타동물원 유튜브 캡처] |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세계에서 가장 나이 많은 수컷 고릴라 ‘오지’가 6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26일(현지시간) 미국 공영라디오방송(NPR)에 따르면 오지는 이날 미국 애틀랜타동물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동물원에 따르면 오지는 지난 며칠간 식욕감퇴와 쇠약증과 같은 증상을 겪었다.
또한 오지는 지난해 애틀랜타동물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인 13마리의 고릴라 중 하나였다.
레이몬드 킹 애틀랜타동물원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사건은 우리 동물원에 엄청난 손실”이라며 “언젠간 이런 때가 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슬픔을 막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며 슬픈 심경을 전했다.
그는 “오지가 그의 종을 돌보는 데 있어 지식 체계에 큰 공헌을 한 것은 절대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988년부터 애틀랜타동물원에 살았던 오지는 ‘전설’로 남게 됐다. 34년 동안 2세대 12마리부터 4세대 20마리 이상의 후손을 남기고, 2009년에는 자발적으로 혈압 측정에 나서는, 세계 최초의 고릴라가 되기도 했다.
보통 고릴라는 40세가 되면 ‘심신이 쇠약한 늙은 고릴라’로 분류되는데, 애틀랜타동물원은 고령의 고릴라를 돌보는 것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오지의 종인 서부로랜드고릴라는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밀렵과 질병으로 인해 전 세계 서부 저지대 고릴라의 수는 지난 20년간 6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부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무려 90%까지 개체 수가 감소했다.
애틀랜타동물원은 오지의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북미 동물원은 멸종위기에 처한 서부로랜드고릴라를 보호하고 유전적으로 다양한 고릴라 개체군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yooh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