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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틱톡의 시대]차트 움직이는 MZ세대 플랫폼…대중문화의 소비, 확산 주체 바꾼다
MZ세대 플랫폼 틱톡…음악 생태계 지배
빌보드부터 멜론까지 국내외 차트 석권
끊임없이 음악 노출하는 플랫폼의 특징
새로운 음악 발굴ㆍ히트곡 만들어내…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 중간 단계 생략
전통적 음악산업 구조의 변화
대중음악 소비와 확산 주체 달라져…
리사의 ‘머니’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인기를 모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패러디 영상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돼 인기를 얻더니 발매 두 달이 지나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100’에 진입하는 등 역주행으로 글로벌 음악계를 놀라게 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난 나한테 팁을 줄 거야, 나한테 쓸 거야, 쏟아지듯이 다 낼 거야, 나한테 낼 거야.” 거칠 것 없는 소비요정이 등장했다. 블랙핑크 리사의 영어곡 ‘머니(MONEY)’의 가사다. 이 곡이 배경음악으로 쓰인 영상엔 “456억 원의 주인공이냐”는 댓글이 달렸다. 이만큼의 우승 상금을 따내기 위해 서바이벌에 참여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빗댄 댓글이다. 지난해 9월 발매된 리사의 첫 솔로 앨범 ‘라리사(LALISA)’에 수록된 이 곡은 발매 두 달이 지나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100’에 진입했다.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선 K팝 솔로곡 중 가장 빠른 시간인 112일 만에 3억 스트리밍을 돌파했다. 안무 영상은 최근 4억뷰를 넘었다. 리사는 이 곡으로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다. ‘완벽한 역주행’이었다. 국내외를 넘나든 인기의 배경엔 ‘MZ세대 플랫폼’으로 불리는 ‘틱톡’이 있었다.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따르면 리사의 ‘머니’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인기를 모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패러디 영상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며 발매 한 달 만에 300만 건이 넘는 콘텐츠를 만들어냈다. 백선아 틱톡 한국 마케팅 총괄은 “‘오징어 게임’과는 관련이 없지만 노래 가사와 드라마 내용이 비슷해 리사의 ‘머니’가 음악으로 많이 쓰였다”며 “지난해 틱톡을 통해 확산된 세계적 문화 트렌드와 결합, 음악 차트를 움직인 사례였다”고 말했다.

지금 틱톡은 글로벌 음악 차트를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떠올랐다. 사례가 숱하다. 미국의 괴물 신예로 불리며 빌보드 차트를 강타한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등장부터 호주 출신의 틱톡커에서 저스틴 비버와 듀엣을 선보이며 빌보드 차트를 석권한 더 키드 라로이가 대표적이다. 한국에선 발매 1년이 넘어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의 톱3까지 오른 디핵의 ‘오하요 마이 나이트(OHAYO MY NIGHT)’도 나왔다.

미국의 괴물 신예로 불리며 등장과 함께 빌보드 차트를 석권한 올리비아 로드리고도 틱톡을 통해 노래가 인기를 모으며 주목받은 Z세대 아이콘이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 틱톡은 어떻게 음악시장의 강자가 됐나=틱톡이 전 세계 대중음악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은 대중의 음악 청취 방식이 달라지면서 나타난 일이다.

미국 MRC 데이터에 따르면 틱톡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답변자의 75%가 틱톡을 통해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견했다고 답했다. 63%는 이전에 한번도 듣지 못한 음악을 틱톡을 통해 접한다고 응답했다. 틱톡에서 접한 음악을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찾아볼 의향이 있다는 답변은 67%나 됐다.

배정현 틱톡 사업개발 총괄은 “틱톡 플랫폼 내에서의 소비가 외부 음악 소비에도 영향을 미치며 주요 차트에 반영되는 케이스가 지역을 막론하고 늘어나는 추세”라며 “국내에선 지난해 7월부터 가온차트 소셜 차트에 틱톡 데이터가 반영되고 있는 등 틱톡 내에서의 바이럴이 갖는 영향도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의 노래가 히트곡 반열에 오르려면 반복학습이 중요하다. “음악이 인기를 끌기 위해선 여러 번 노출”(백선아 총괄)돼야 한다. 이전에는 그 기능이 방송사의 TV 프로그램이었다면, 지금은 다양한 사람들이 활동하는 틱톡과 같은 플랫폼이 됐다. 실제로 틱톡이라는 플랫폼은 음악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공간이다. 이 분명한 특징은 틱톡을 ‘음악시장의 강자’로 끌어올렸다.

배정현 총괄은 “틱톡에서 음원이 바이럴되는 이유 중 하나는 타 플랫폼과 달리 앱을 켜는 순간부터 사운드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구조 때문”이라며 “위아래로 스크롤하며 영상을 시청하는 사용자는 다양한 사운드에 노출되는데, 이 때 귀를 사로잡는 후렴구의 음원이 반복되면 사용자들의 기억에 남기 쉽다”고 설명했다.

틱톡에선 영상을 만들 때에도 앱 내 사운드 페이지를 통해 영상에 어울리는 다양한 음악을 삽입할 수 있도록 했다. 디핵의 ‘오하요 마이 나이트’는 커플들의 기념일 영상부터 이별 영상까지 다양한 콘텐츠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됐다.

또한 대중문화를 적극적으로 소비하기 시작한 대중의 변화는 틱톡을 음악 생태계 강자로 불러온 계기가 됐다. 배 총괄은 “틱톡을 주로 사용하는 MZ세대는 수동적 소비자에 머무르는 것을 거부한다”며 “틱톡에서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챌린지에 참여하고, 음원을 활용한 영상을 만들고, 자신만의 안무를 선보이고, 아티스트를 위한 헌정 영상을 만드는 등 콘텐츠의 공동 창작에 적극성을 보인다. 이러한 전 세계 사용자들 덕분에 다양한 음악이 한계 없이 확산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틱톡에서 인기를 얻으며 발매 1년이 넘어 국내 최대 음원 차트 멜론의 톱3까지 오른 디핵의 ‘오하요 마이 나이트(OHAYO MY NIGHT)’ [디핵 틱톡 계정 캡처]

▶ 틱톡에서 인기 있는 곡은?=예상치 못한 성공 사례들이 쌓이자, 틱톡에서 인기를 얻은 음악에도 공통점이 만들어지고 있다. 리사의 ‘머니’처럼 ‘오징어 게임’이라는 문화 트렌드와 맞물려 파급력이 커졌거나, 틱톡의 인기 크리에이터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레드벨벳 ‘러시안 룰렛)’한 사례가 있다. 그런가 하면 틱톡 사용자들의 인기 배경 음악(마미손 ‘사랑은’)으로 쓰여 화제가 된 곡도 있다.

배경음악으로 낙점되는 만큼 듣기 편한 멜로디, 자신의 목소리를 내거나 공감 가는 메시지를 담은 가사 등도 사용자들이 주목하는 요소다. 배정현 총괄은 “틱톡 내에서 더 인기 있는 특정 장르나 스타일을 예상할 순 없다”며 “다만 추천 피드 시스템이 음악의 바이럴 현상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잘 구축된 알고리즘이 사용자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추천하는 만큼, 개개인의 사용자와 공감할 수 있는 노래들이 인기를 얻을 확률이 높다.

백선아 총괄은 “디핵이나 저스틴 비버, 에드 시런 등 지금은 그야말로 대중음악의 시대가 됐다. 느리든 신나든 다 내려놓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곡들을 전 세계인들이 좋아한다”며 “틱톡에서 뜨기 위해선 어떤 음악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기 보다 틱톡에서 인기를 얻은 음악을 모아보면 그것이 지금 대중음악의 트렌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틱톡에서 인기를 얻은 곡이 글로벌 음악 차트를 지배하는 현재의 모습은 그간 전통적으로 이어온 음악산업의 구조가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음악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중간 단계에서 완전히 생략, 대중이 음악 소비와 확산의 주체로 서게 됐다. 사진은 틱톡 리사의 ‘머니’ 챌린지 [틱톡 캡처]

▶ 전통적 음악산업의 변화…대중이 문화 확산 주체로=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게임의 법칙’이 깨졌다. 틱톡의 등장으로 나타난 변화는 그간 이어온 전통적인 음악산업의 구조가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음악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중간 단계에서 완전히 생략됐기 때문이다.

과거 대형 유통사, 방송사를 중심으로 히트곡이 나오고, 차트가 만들어졌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대중이 음악을 띄우는 주체가 됐다. 대중문화의 소비와 확산의 주체가 일부 거대 기획사, 유통사, 방송사에서 대중에게로 돌아갔다.

백선아 총괄은 “대중문화가 그것을 만든 사람들, 소위 창작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것이 아니라,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고 돌아 확산하는 시대가 됐다”며 “음악과 문화 전반의 진정한 파워가 사용자에게 돌아갔다. 틱톡은 공간을 제시하는 틀일 뿐 대중문화를 움직이는 것은 틱톡의 사용자들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뮤지션들이 먼저 체감한다. 틱톡에선 대형 제작사, 유통사에 소속되지 않은 가수들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디핵은 지난해 ‘오하요 마이 나이트’의 성공에 대해 “음악을 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이상향이지 않을까 싶다”며 “모든 뮤지션이 어법은 달라도 자신의 음악을 들어달라고 홍보를 하는데, 자본에 기대지 않아도 찾아서 들어줄 수 있는 플랫폼을 통해 음악이 알려진다는 것은 너무나 버거운 보상을 받는 일”이라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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