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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벌써 몇번째야”…美슈퍼마켓서 식료품이 또 사라졌다
오미크론 확산 여파 일손 부족
연초 식료품 공급망 위기 재연
소매 식품 재고율 86%로 급락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대형 식료품 체인 ‘자이언트 푸드’의 신선 야채 코너가 텅 비어있는 모습. [로이터]

미국 슈퍼마켓 매대에서 식료품이 사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일손 부족 현상 때문에 식품 공장의 생산량이 급감하고, 물류까지 먹통 상태에 빠진 충격이 고스란히 현실에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식료품 공급망 위기가 연초부터 재연됐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IRI 분석에 따르면 1월 둘째 주 미 소매점들의 식품 재고율은 86%로 떨어졌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은 물론 지난해 여름보다도 악화된 수치다. 특히, 스포츠음료와 냉동 과자, 냉장 반죽 등 일부 품목의 경우 재고율이 60~70%로 추락했다.

재고율이 90% 이하로 떨어지면 소비자들이 매장 진열대가 빈 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식료품점들은 상품의 95%가량을 재고로 확보하고 있다.

WSJ은 “현상의 원인이 오미크론 확산으로 산업 전반에 걸쳐 발생 중인 인력난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며 “식품 공장 가동률이 눈에 띄게 떨어졌고, 생산된 식료품을 운송할 물류 업계도 충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미 농무부 통계에 따르면 1월 둘째 주 소 도축과 소고기 생산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 떨어졌다. 또, 돼지 도축은 9%, 닭고기 생산은 4% 하락했다. 농무부 관계자는 “인력난이 우유, 치즈 생산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인력난이 장기화 추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식품 생산·가공 후 소매점까지 이동하는 데 여러 주가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매점에서 식료품을 찾기 힘든 현상은 향후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미국의 대형 농산물 생산 업체인 처치 브라더스 팜스의 애리조나주(州) 생산시설에서는 노동자 10명 중 1명이 병가를 내고 쉬고 있고, 미 중남부를 중심으로 한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피글리 위글리’의 경우 앨라배마주와 조지아주의 물류 담당 직원 3분의 1이 병가를 낸 상태다. 뉴욕주 노스포트에 위치한 대형 슈퍼마켓 체인 ‘스톱앤샵’ 매장에선 직원 5명 중 1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일도 있었다.

캘리포니아주 소재 농산물 회사인 처치브라더스팜스의 스티브 처치 공동대표는 “남은 인력의 피로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며 “과로에 따른 병가·휴직이 급증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상황 속에 미 중서부, 남부, 동부 등을 강타 중인 겨울 폭풍도 이미 재고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식품업계에 또 다른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 코넬대 다이슨 응용경제대학원 식품마케팅학과 교수 미겔 고메즈와 로버트 G. 토빈은 “겨울 폭풍이 이미 경색된 공급망에 지연을 더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식료품 소매업체 앨버슨스 컴퍼니의 비벡 샌커런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로 인한 미국의 식품 공급망 위기는 당초 올해 초에 정상화되리라 생각했지만, 오미크론의 확산 때문에 차질이 생겼다”며 “향후 더 큰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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