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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장 무시한 대출 규제… 연소득 3500만원이 5000만원보다 신용대출 많이 받는다
올해부터 신용대출 한도 연봉 이내로 규제
연소득 3500만원 이하 등 실수요자 예외
연소득 3500만원 차주 5250만원까지 대출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규제하면서 연소득 3500만원 이하 저소득자는 예외로 함에 따라, 연소득 5000만원 차주보다 대출을 더 많이 받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차주의 소득 수준이 신용도를 결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출한도가 부여되는 기존의 시장 논리를 뒤흔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해 초부터 시행한 ‘가계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 기준’에서 모든 금융회사의 신용대출 한도를 차주의 연소득 범위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지난해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시행해오던 것을 규제로 명문화하고 적용대상을 모든 금융사로 확대했다.

다만 ▷연소득 3500만원 이하 소득자에 대한 신용대출 ▷상속 등으로 불가피하게 대출 채무를 인수하는 경우 ▷차주의 상환부담을 낮춰 원활한 채무상환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원금 또는 이자를 감면하거나 금리, 만기, 상환방법, 거치기간에 관한 조건을 변경하는 경우 ▷서민금융상품 ▷긴급한 생활안정자금(결혼·장례·출산·수술 등)에 대해서는 이같은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문제는 3500만원 이하 소득자는 소득보다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자신보다 소득이 높은 사람의 대출 한도를 추월한다는 것이다. 규제가 있기 전 금융사들은 통상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의 1.2~1.5배로 운영해왔는데, 만약 3500만원 소득자가 소득의 1.5배까지 한도가 부여되는 대출 상품을 이용한다면 대출을 5250만원까지 받을 수 있게 된다. 연소득 5000만원 차주의 대출한도(5000만원) 보다 많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대출 규제의 예외를 둔 이유에 대해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저소득자는 연소득으로 대출한도를 정하면 대출액이 너무 적어 곤란을 겪는 것을 막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연소득 3500만원은 햇살론 등 정책서민금융의 지원을 받는 저소득층의 기준이기도 하다.

다만 금융사별로 실제 부여되는 한도는 각 사의 리스크 관리 기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3500만원 초과 차주는 기계적으로 한도를 연소득으로 부여하지만, 3500만원 이하는 본점 심사를 거쳐 한도를 부여한다”라고 말했다. 다른 금융사 관계자는 “3500만원 이하도 예외없이 연소득으로 한도를 부여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로 담보 능력이 더 좋은 차주가 더 적은 대출을 받는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정부는 2019년 12월 부동산 대책으로 15억원 초과 주택의 주택구입용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담보인정비율(LTV)을 0%로 적용해 대출을 전면 금지한 바 있다. 이 조치는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했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이 제기돼 헌법재판소에서 심리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 규제와 실수요자 규제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난 현상”이라며 “큰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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