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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나가기 전에만 빼세요”…금소법 몰라라하는 실적 꼼수 속출[서정은 기자의 나·알·아]
K은행, 전수조사 해놓고 인정기준↑
“실적채우기 직전 계좌등록만 해주세요”
예전보다 영업압박 줄었어도
펀드 판매 수익 ‘못잃어’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K은행 고객 A씨는 지난달 영업점 직원으로부터 “10만원씩 단기채펀드와 금융주펀드를 적립식으로 가입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유를 들어보니 지역본부장이 매일 2개씩 펀드 리스트를 뽑아놓고 실적을 채우라고 했다고 한다. 영업점 직원은 자금 부담을 느낄 A씨에게 “이달 말까지만 등록하면되니 추천인에 기재만 해놓고, 돈 나가는 날 직전에 해지해주시면 된다”며 ‘꿀팁’도 전수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된지 1년이 다가오고 있지만, 일부 은행 영업점에서는 ‘실적 채우기’ 꼼수가 여전히 성행 중이다. 핵심성과지표(KPI)에서 비이자수익 비중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여전히 펀드 판매가 포기할 수 없는 수익원이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은행은 올 상반기 펀드 실적 인정기준을 계좌당 월 20만원으로 상향했다. 지난해에는 월 10만원씩 적립식펀드 2종(주식·채권형)을 유치해야 했는데, 계좌당 20만원으로 높인 것이다. 인정 대상 상품 범위는 펀드와 방카슈랑스로 확대했다.

K은행이 지난해부터 적립식펀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이유는 시장 변동성에 대응해야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 금리인상 등을 고려했을 때 투자 시기를 분산하는 상품이 고객에게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문제는 적립식펀드로 고객 자산을 옮기는 과정에서 과도한 영업 압박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지난달 전 지점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K은행은 실적 압박 문제로 전수조사를 해놓고 올 들어서는 금액 인정 기준을 높였다. 여전히 영업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은행직원은 “지난해 걸린 적립식펀드 캠페인은 계좌가 12월 말까지만 등록하면돼 고객들에게 돈이 빠져나가기 전에만 해지하면 된다고 말했다”며 “올해 캠페인은 일단은 상반기까지라 5~6월쯤 월 20만원짜리 계좌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사모펀드 사태와 금소법 이후 잦아들었던 영업압박이 조금씩 고개를 드는건 여전히 KPI 내 판매실적이 포함돼서다. K은행 뿐 아니라 농협·신한·SC은행 등도 KPI내 펀드수수료를 포함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런 문제들을 고려해 은행들에게 항목별 소비자 보호 모범 및 부진사례에 대해서는 공유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대면 설명 의무를 피하기 위해 내방 고객 대상 앱으로 실적 채우기를 부탁하는 영업도 늘어난만큼 비대면 판매도 대면에 준하는 프로세스 구축을 주문한 상태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은행들이 수수료 수익을 놓지 않는 이상 영업 관행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농협·신한은행 관계자 또한 “최근 1년간 영업점을 지켜보니 이전보다 강제로 펀드를 파는 관행이 줄긴 했다”면서도 “본부간 경쟁 등으로 수수료 항목을 아예 놓을 수 없다보니 KPI에 들어간 이상 내방 고객들에게 앱을 통해 설명의무를 피해 가입시키는 관행이 나타나는 점은 내부에서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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