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에서]SG 빠진 ESG

연말·연초 달라진 모습 가운데 보기 드물게 된 것이 연탄 관련 봉사, 후원이다. 차례로 줄을 서서 소외계층의 겨울나기에 필요한 연탄을 나르는 봉사활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불가능해졌다고 해도, 기업 차원의 후원금 전달 소식까지 쏙 들어갔다. 한 연탄 지원단체 관계자는 예년에 비해 40%는 감소한 것 같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갑자기 연탄을 필요로 하는 곳이 확 줄었을 리는 없고, 연탄 후원금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최악인 상황도 아니다.

몇몇 기업 관계자로부터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기업들이 유행처럼 내세우는 ESG, 즉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측면에서 책임 있게 행동하겠다는 공개 선언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ESG의 대표 격인 환경 분야, 그중에서도 탈(脫)석탄·탄소중립을 추구한다고 외치는 상황에서 연탄을 들고 있는 임직원 모습은 썩 좋을 게 없다는 이야기다.

연탄 한 장에도 이토록 진심인 우리 기업들의 ESG 추구에 감탄을 하면서도 마냥 박수를 보내긴 힘들다. ESG의 ‘E’를 제외한 ‘S’와 ‘G’는 들러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연말·연초 국내 증시를 뜨겁게 달군 주요 이슈들을 되돌아보면 S와 G는 안중에도 없다.

대규모 횡령 사건이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는 이미 지난 2014년 최규옥 회장 등 임직원의 횡령 혐의로 홍역을 치른 기업이다. 수년간 횡령이 발생했지만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지배구조(Governance)의 치명적 결함이다.

카카오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논란도 개인투자자들의 분노를 샀다. 카카오 차기 최고경영자(CEO) 내정자인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와 경영진이 카카오페이 상장 40여일 만에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행사해 현금화하는, 비상식적인 일이 발생했다. 이들이 팔아치운 금액은 900억원에 달한다. 개인의 재산권 행사라고 하기엔 한 기업의 대표로서 책임감을 상실한 행태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카카오 사태로 스타트업 경영진이 야망 있는 기업가가 아닌 바짝 벌어 크게 한몫 챙기고 튀는 ‘한탕족’처럼 인식될까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대기업들의 잇따른 물적 분할 역시 ESG에 위배된다. 기존 지배주주의 지배권은 유지하면서 상장에 따른 프리미엄은 차지하겠다는, 오로지 지배주주의 관점에서 진행되는 물적 분할에 지주사 주주들은 철저히 무시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보호하고 대변해야 할 이사회의 움직임은 전혀 없다.

ESG는 유럽을 중심으로 20년이 넘게 사회적 토론과 합의를 거쳐 정립된 개념이다. 아직 유럽에서도 뚜렷한 모범답안은 없다. 미국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갑작스레 전 세계적인 기업가치로 부상했다. 우리나라에 도입하고 정착하려면 적잖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 정도면 ESG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고의로 안 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게 한다.

kw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