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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들 못이룬 수학자 꿈, 후배들이 이뤄주길”
故조준우 일병 가족, 순직보상금 서울대 기부
軍서 업무과중·스트레스 인정
보훈연금 등 수리과학부 기부
“목숨값인데 차마 쓸 수 없었다”
고(故) 조준우 일병과 어머니 강경화(56)씨. [강경화 씨 제공]

“학교에서 수학 공부하는 걸 참 좋아했어요. 제대하면 존경하는 교수님 수업을 듣는다 했는데…”

고(故) 조준우 일병의 어머니 강경화(56)씨는 아들을 회상하다 슬픔에 잠겨 말을 잇지 못했다. 2019년 군 복무 기간 중 세상을 떠난 조 일병은 지난해 국방부로부터 순직 판정을 받았다. 군에서의 업무 과중 및 스트레스가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됐다는 점에서다. 같은 해 말 그는 보훈처에서도 보훈 대상자로 선정됐고, 강씨는 아들의 순직보상금과 보훈 연금을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13일 군피해치유센터와 서울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7일 조 일병의 유가족은 조 일병이 입대 전 다녔던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에 정기 기부를 결정했다. 매달 정기적으로 나오는 조씨의 보훈 연금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대학생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조 일병이 순직 판정을 받고, 유가족이 순직보상금을 기부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처음 국방부는 조씨의 죽음을 ‘일반 사망’으로 결론 내렸다. 조 일병은 자대 배치받은 지 채 넉 달이 지나지 않은 2019년 7월, 휴가를 나온 뒤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가족과 주변 인물들은 군 생활이 그의 죽음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봤다. 강씨는 “아들이 세상을 떠나고 처음 1년은 정신을 못차렸다”며 “그러다 아들이 남긴 200장이 넘는 일기장을 보니 간부가 괴롭힌 일, 주 3일동안 당직을 한 일 등이 적혀 있었다. 일기장을 따라가면서 당시 함께 일했던 병사들에게 연락을 취했더니 내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더라”고 말했다.

그의 어머니는 지난 2년간 ‘투사’로 살았다. 국방부의 결론을 뒤집으려면 재조사를 해야 하는데,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건 오롯이 유가족의 몫이었다. 강씨는 “국회 앞에서 5개월동안 매일 시위했다”며 “변사사진도 들어있는 아들의 수사기록도 봤다. 내가 나서지 않으면 대한민국에서 누구도 나서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강씨는 자료를 모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국방부 장관에게 조씨의 순직 여부를 재심사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조씨가 당직근무를 3회 연속 부과받아 피로감을 느끼고 이를 일기장에 기록한 점, 일기장에 군 복무 이행에 대한 고립감과 우울감을 호소한 점 등을 인정했다. 인권위의 결정을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가 받아들이면서 지난해 8월 조씨의 죽음은 순직으로 인정됐다.

강씨는 서울대 기부에 대해 “아들 목숨값이라 생각하니 차마 순직보상금을 쓸 수 없었다”며 “아들의 꿈이 수학자였는데, 모교 후배들이 그 꿈을 대신 이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가족의 활동이 끝난 건 아니다. 현재 강씨는 군유족 자주회인 군피해치유센터에서 같은 처지의 가족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 또 강씨는 당시 조 일병의 조사를 맡았던 수사관 등 군 관계자들에 대한 징계요청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빛나 기자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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