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동진(위쪽) 현대자동차그룹 로보틱스랩 상무와 마크 레이버트 보스턴 다이내믹스 회장.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이 난데없이 새로운 먹거리로 로보틱스를 제시한 것에 일반인과 시장의 물음표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가 모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씨앗이 되는 기반을 마련해줄 것이라고 답했다.

현동진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 상무와 마크 레이버트 보스턴다이내믹스 회장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2를 맞아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로보틱스는 모든 산업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현동진 상무는 로보틱스랩의 역할에 대해 “로보틱스라는 기술을 고도화하고 정교화한 뒤 거기에 새로운 서비스를 입혀 새로운 사업의 모델이 되는 씨앗을 만든 뒤 고객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현 상무는 현대차그룹에서 앞서 선보인 전동 스쿠터나 조끼형 착용로봇(VEX), 의자형 착용로봇(CEX) 등 얼핏 보기엔 로봇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장비들이 로보틱슬라는 이름 아래 새로운 서비스와 결합한 일종의 로봇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 공개한 오픈 모바일 플랫폼, 모베드(MobED)도 그런 의미에서 로봇”이며 “이를 바탕으로 조금 더 나은 고객의 삶의 기반이 되는 사업들을 만들어가는 것이 현대차 로보틱스랩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로봇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기초라는 점에 대해서는 레이버트 회장도 동의했다. 그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를 예로 들며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여러가지 다양한 플랫폼으로 활용할 있도록 만들었고 선행 아이디어를 연구할 수 있는 로봇”이라고 했다.

굳이 사람 형태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로봇의 형태는 사람들이 로봇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아틀라스는 특별히 홍보를 하지 않아도 유튜브 등에서 많은 반응을 얻고 있고 이를 통해 사람들이 로봇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 수 있게 됐다”고 답했다.

테슬라가 휴머노이드 로봇 ‘테슬라봇’을 개발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레이버트 회장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자체가 굉장히 영리한 분이고 테슬라가 휴머노이드 같은 분야에서도 잘 해낸다면 놀라운 일이 될 것”이라면서 “테슬라가 로보틱스 업계에 들어와서 경쟁을 활발하게 한다면 환영할 일”이라며 반겼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경쟁이 치열해지면) 사람들이 ‘로봇을 살까’라고 묻는 게 아니라 ‘어떤 로봇을 살까’라고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로봇 시장 초기 단계에는 이익보다 관심을 끄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테슬라의 로봇 기술의 격차에 대해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아틀라스를 굉장히 잘 만들어 테슬라가 얼마나 빨리 우리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로보틱스가 각국의 규제를 극복하고 현대차그룹의 주력 사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기대 섞인 반응이 감지됐다.

현 상무는 “규제나 법규는 고객에게 새로운 기술을 전달하고 퍼져가는 과정에서 장애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안전을 위해 존재해야 할 때도 있다”면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SPOT)이 안전이나 인간과의 교감을 통해서 꾸준하게 개선되고 있고 신뢰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개선점을 하나하나 데이터로 만들어 정부와 소통하고 고객에게 이득이 된다는 것이 확인되면 정부와 대화하기도 훨씬 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스베이거스(미국)=원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