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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can영상] “소고기요? 전 귀뚜라미 먹어요”
■내용 요약
곤충에 빠진 이봉학 대표의 삶
“곤충만이 인류 식량난 해결”
“아직 시장 작지만 가능성 커”
프랑스선 유니콘 기업도 나와
곤충 스마트팜 업체 반달소프트가 지난해 특허 출원한 로봇 ‘라미봇’이 구동되고 있는 모습. 라미봇은 각 사육장치에 설치된 컨트롤러를 통해 내부 온습도를 파악하고, 미리 설정된 시간에 맞춰 먹이와 물을 공급할 수 있다. [윤병찬 PD]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온도와 습도가 자동으로 최적화되는 귀뚜라미 사육장에 로봇이 돌아다닌다. 앞뒤 좌우로 이동하고 키도 조절할 수 있는 인간형 로봇이다. 책장처럼 생긴 귀뚜라미 사육대 앞에서, 층별로 팔을 뻗어 적절한 때에 물과 사료를 준다. 농장주는 귀뚜라미 몇 마리가 자라고 있고, 언제 상품화할 수 있을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수십년 뒤 배경의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곤충 사육 솔루션과 설비를 판매하고 있는 스타트업 반달소프트가 그리고 있는 1~2년 뒤의 모습이다. 로봇은 아직 개발 단계이지만, 자동으로 온·습도를 관리하고 물을 주는 스마트 사육장은 이미 상용화돼있다.

▶▶▶곤충을 인류의 미래 식량자원으로 키우고 있는 사업가가 있습니다. 인간형 로봇이 귀뚜라미를 키우는 사육 기술을 개발한 이봉학 반달소프트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도대체 곤충을 누가, 얼마나 키운다고 이런 기술을 개발했을까. 반달소프트 창업자인 이봉학 대표는 “인류 존속을 위한 환경 문제 해결에 곤충이 굉장히 많은 부분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기후 변화와 식량 부족 사태에 대응하려는 인류는 식용 곤충 산업을 키울 수밖에 없고, 곤충 사육에서 기회를 포착할 농장주도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 대표가 창업을 결심하게 된 것은 2013년 아프리카 모로코로 해외 봉사를 갔다가 심각한 기아 문제를 맞닥뜨린 이후다. 여전히 인류가 식량 부족 문제를 풀어내지 못했다는 절망감이 채 가시기 전에, 운명처럼 곤충이 나타났다. 은퇴를 준비하고 있던 아버지가 귀뚜라미를 키우는 후배에게 사육 기술을 배우고 있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공부하면 할수록 곤충은 미래

공부하면 할수록 곤충은 ‘미래’였다. 이 대표는 “곤충은 작은 공간과 적은 물, 적은 먹이로 생산이 가능함에도 굉장히 많은 양의 단백질을 얻을 수 있어 친환경적”이라고 설명했다. 소를 통해 단백질 1㎏을 얻으려면 사료 10㎏이 필요하지만 곤충은 평균적으로 1.7㎏면 충분하다. 버섯이나 콩으로 생산한 대체육과 달리, 곤충은 동물성 단백질이라 영양적으로도 완벽하다. 온실가스나 토양 오염물질 배출량도 가축 사육과 비교해 100분의1, 10분의1 수준이다.

[자료=Oonincx]

하지만 사업을 시작하게 앞서 직접 마주한 곤충 사육 환경은 너무나 열악했다. 물과 사료 공급이 전부 수동으로 이뤄지다 보니 인건비 부담이 컸고,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아 곤충 폐사율도 높았다. 여러모로 인류의 미래가 될 산업이라고 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기술의 공백은 곧 기회였다. 이 대표의 전공은 컴퓨터공학이다. 곤충 사육장의 온도와 습도를 유지시켜주는 장치를 개발했고, 직접 농장을 운영하며 체득한 생육 단계별 사육 노하우를 소프트웨어에 녹여냈다. 특히, 이 대표는 다양한 식용 곤충 중에도 환경에 가장 민감한 귀뚜라미를 사육하며 후발 주자들과의 기술 격차를 벌렸다. 현재 반달소프트는 토양 없이 곤충의 분변만으로 채소를 수경재배하고, 그 채소를 곤충의 먹이로 순환시키는 단계까지 나아갔다.

이 대표는 “스마트팜 업체는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 곤충을 타겟으로 전문화된 제품과 기술을 만든 업체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곤충시장 5~10년내 급성장

아무리 식용 곤충이 친환경적인 먹거리라 하더라도 구입하려는 사람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현재 국내 식용 곤충 시장은 연간 300억원에 그치는 수준이다. 외형에서 오는 혐오감 때문에 소비자들의 반응은 아직 부정적이다.

하지만 사료, 의약품, 환자식 등 분야에서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진단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9억원에 그쳤던 사료용 곤충 시장은 2년 뒤인 2019년 60억원으로 급증했다. 전국 90여곳 농가의 평균 소득도 6400만원에 이른다.

정부도 식용 곤충의 잠재력에 주목해 농가 지원을 늘리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는 14종의 곤충을 가축으로 분류해 축사를 취득할 때 들어가는 각종 세금을 감면해주기 시작했고, 지난해부터는 급수 자동화 시설 등을 설치하는 데 필요한 자금도 지원키로 했다.

이 대표는 “최근 정부와 지자체에서 관심을 가지면서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농가 수와 곤충 판매액도 굉장히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사료용 곤충 기업이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반열에 올라설 정도다. 사료용 곤충을 사육하는 프랑스 기업 인섹트(YnSect)는 최근까지 유치한 누적 투자금이 5000억원을 넘는다. 올해 완공될 이 기업의 스마트 사육장에서는 연간 10만t 규모의 곤충 제품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곤충 시장은 아직 작은데, 그럼에도 많은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향후 5~10년 내에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시너지영상팀]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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