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는 제외한 통계한 수치…전부 포함하면 26배 전망
韓 남성 탈모환자 비율 14.1~19.9% 추산…350만명 예상
건보 부담 수준 5000억원대로 뛸 수 있어…재정파탄 우려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우리나라 남성 탈모환자 진료비가 모두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다면 5723억6000만원 가량에 달하는 부담이 생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건강보험에서 부담하고 있는 남성 환자 수는 13만명 가량이고, 진료비는 217억원 수준이다. 30배에 육박하는 부담이 생기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진료데이터를 활용해 2016년부터 2020년 ‘탈모증(L63~L66)’ 질환의 건강보험 진료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남성 탈모환자는 2020년 13만3030명이고, 총 진료비는 216억9700만원이다. 여기서 말하는 진료비는 건강보험공단에서 나간 건보료만을 뜻한다. 자기부담금이 포함되지 않은 온전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다.
다만, 이는 우리나라 남성 탈모환자 수를 과소해 반영하고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환자만을 종합한 것이기 때문이다. 비급여로 진료받는 환자 수가 포함돼 있지 않다. 대부분 탈모 환자는 현재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않는 비급여로 진료를 받고 있다.
1990년대 기존 연구에 기반하면 우리나라 남성 탈모 인구는 350만명 가량으로 추정된다. 연구에서 한국 남성 14.1%가 탈모증을 앓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탈모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었다면 현재는 20%에 육박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영국 피부과 저널(Br J Dermatol) 2001년 7월호에 실린 ‘한국 남성과 여성의 탈모증 유병률과 유형’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 탈모인구는 전체 연령대에서 14.1%로 분석됐다. 1997년 12월부터 1999년 7월까지 경희대학교 병원에 정기검진을 한 남성 5531명, 여성 4601명 총 1만132명을 대상으로 조사됐다.
같은 저널 2009년 3월호에 실린 ‘상하이 남성형 탈모증의 유병률과 유형’에서도 19.9%가 탈모증(AGA) 앓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론엔 한국도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 남성 인구는 2488만2000명 수준이다. 14.1%가 탈모를 앓고 있다면 350만8000명이 탈모환자로 추산된다. 이들이 모두 건강보험으로 진료비를 보전받게 되면 부담은 약 26.4배 뛰게 된다.
문재인 케어 이전 20조원대였던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은 2020년 현금 흐름 기준으로 1년 사이 3531억원이 감소했다. 17조4181억원이 남았다. 탈모 건강보험 적용이 실현돼 5000억원 가량 추가 부담이 매년 생긴다면, 그 자체로만 35년 뒤엔 적립금이 모두 고갈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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