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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튀’당했는데, 돈 또?”…예비신혼부부 ‘막막’, 스드메업체 ‘날벼락’
대형 웨딩업체 파산 여파 계속
예비신혼부부들, 추가결제 ‘패닉’
제휴 스드메업체들 “잔금 못받아”
사연 들은 타업체들 도움의 손길
전문가 “지방자치단체 관심 필요”
최근 파산한 서울 강남구 소재 A웨딩업체 사무실이 텅 비어 있다. 김희량 기자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10만명이 넘는 회원의 온라인 카페를 운영했던 서울 강남의 대형 웨딩컨설팅업체인 A사가 지난달 30일 자금난을 이유로 파산을 통보하고 대표가 잠적해 당장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 수백 쌍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A사를 통해 결제를 완료했지만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일명 스드메업체)을 진행하는 업체들이 A사로부터 잔금을 못 받았다며 추가 결제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4월 예식을 앞둔 B(30) 씨는 250만원을 A사에 지불했지만 A사 파산으로 스드메업체에서 각각 66만·50만·44만원을 더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김씨는 5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김씨는 5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저는 그나마 다행인 상황이다. 제휴 업체로부터 이번 일로 ‘워킹가(직접 가서 예비부부들이 직거래 했을 때 비용)’라고 불리는 미공개 정액가를 내라고 요구 받은 분들은 기존 가격보다 뻥튀기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A사가 업계 톱급 대형 업체라 계약했다. 제휴업체들이 잔금을 한 푼도 안 받았다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그 말을 다 믿을 수도 없고 그렇다 해도 ‘먹튀’한 건 A사인데 왜 소비자들이 전액을 다 부담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토로했다.

예비 신혼부부들이 결혼을 준비하는 방식은 크게 워킹과 비동행·동행 플래너 방식이 있다. 워킹은 결혼 당사자들이 직접 준비에 필요한 것을 찾아보고 업체에 연락하는 일종의 직거래 개념이다. 비동행은 결혼 준비 일정과 업체 선정 등을 웨딩플래너가 동행 없이 도와주는 것, 직접 현장에 플래너가 방문하면 동행이 된다.

당장 예식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들은 식 진행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비용을 감내하는 상황이다. 동시에 A사 대표 등에 대한 고소도 진행하고 있다. 예비 신부이자, 피해자들의 집단소송 카페 운영자인 임현정 씨는 “피해 인증한 분들이 800명이 넘었다.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미 돈을 다 냈는데도 소비자들에게 잔금 결제를 요구하니 ‘업체가 앨범을 인질로 돈을 요구한다’는 하소연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했다.

스드메업체들도 피해가 큰 상황이다. A사의 제휴업체인 C사 관계자도 “저희도 1000여 만원 정도 대금을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휴스튜디오 D사는 고객들에게 “저희도 1년 동안 많은 미수금 피해가 발생해 상실감과 좌절감이 큰 상황이다. 그러나 웨딩산업의 고객 피해가 큰 만큼 촬영 진행이 끝난 고객은 무상 납품, 예정인 분들은 최소 비용만 받는 쪽으로 저희가 손실을 안고 가겠다”고 공지했다.

이 사건과 무관한 업체 중 이 같은 소식을 알게 돼 긴급한 예비 신혼부부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보내는 곳도 있다. 예복을 무료 대여해 주기로 한 정재석 상의원양복점 대표는 “힘든 시기에 결혼을 준비하는 신랑 신부님께 모든 책임과 피해가 전가되는 상황이 안타깝다. 각자 입장만 생각하지 말고 한 사람이라도 피해와 아픔을 나누었으면 하는 마음에 미약한 힘을 보태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A웨딩업체 사무실 앞. 안내문과 우편물 도착안내서가 붙어 있다. 김희량 기자

법조계에 따르면 피해자들이 실제 피해 보상을 완전히 받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김신 김앤컴퍼니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최종 소비자가 계약을 중개회사랑 했다면 스드메업체에 청구할 직접적인 계약이 없어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살펴봐야 한다”며 “이런 사건들은 보통 민사소송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형사고소를 우선 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소비자들이 대형업체인 A사의 규모 등을 보며 도산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하기란 쉽지 않았다며 지자체에서 피해 상황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보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대표가 잠적한 상황이라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도 어려워 보인다”며 “지자체 등에서 출산과 결혼을 장려하면서 각종 지원책을 내는 만큼, 결혼을 하려다 고통을 겪게 된 이 분들의 피해에도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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