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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주식 길라잡이] 연준 정상화가 美 증시 수급에 미칠 영향
김성환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
김성환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

물가 상승 압력 속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이 잇따라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속화를 시사하고 있다.

작년 11월 미국 소비자물가는 전년대비 6.8% 올라 198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고물가) 시대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작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정책 변화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긴축전망 강화 속 선물시장은 올해 예정된 금리 인상(2.5회)을 반영 중에 있다.

이런 변화를 딛고 S&P 500은 사상 최고치를 재경신했다. 앞당겨지는 긴축 시계와 동떨어진 주가지수의 랠리는 시장 일각의 경계감을 자극하고 있다. S&P 500의 밸류에이션이 완화 초기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증시가 할인율 변화에 어떻게 반응해나갈지 생각해볼 시점이다.

고민해볼 점은 수급 환경이다. 할인율과 밸류에이션 간 역의 관계가 성립하려면, 통화정책 회수가 실질적인 증시 수급 이탈로 이어져야 한다. 그런데 정책 정상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딱히 증시에서 자금이 추세적으로 이탈하지는 않고 있다. 지난 4분기 중 미국 주식 펀드에는 1030억달러(약 123조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그러나 시장 내부적으론 유동성 모멘텀 둔화의 선반영이 지속되고 있다. 성장 확실성이 높은 대형 성장주는 할인율 부담에도 여전히 강세를 이어가나 중소형 성장주는 급락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수급 환경은 좀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당분간 미국 증시 수급은 견고할 것이다. 정책 회수가 매도세를 야기하겠으나 수급 방어 요인이 많다. 실물과 시장에 돈이 많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개인 매수 여력이다. 급등하는 임금과 가계의 튼튼한 대차대조표는 매수 여력으로 치환될 수 있다. 팬데믹 완화 시 개인 매수와 연관이 큰 소비심리도 반등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다. 작년 3분기 중 S&P 500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은 2285억달러(약 273조원)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미국 증시 최대 순매수 주체로 재부상했다. 현금도 풍부하고 이익도 잘 냈기 때문이다. 통상 자사주 매입은 이익에 3~4분기 후행하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발 수급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는 역사상 최저 수준에 머무르는 실질금리다. 현재 미국 10년 실질금리는 -1.0%로, 명목금리보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음을 의미한다. 명목금리는 주가 입장에선 할인율이고 기대인플레이션은 매출 성장과 동행하는 변수다. 따라서 제로이하의 실질금리는 다른 자산대비 주식의 상대적 매력을 뒷받침한다.

네 번째는 성장 기대감이다. 연준이 정책을 회수하는 이유는 결국 성장이 회복됐기 때문이며, 이는 할인율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 지난 통화정책 정상화 초기 사이클에서도 증시 밸류에이션은 성장 기대감에 의해 지지되는 패턴을 보였다.

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과 할인율 부담을 염두에 둔 일각의 매도세가 다시 출현할 수 있으나, 테이퍼링 과정에서도 유동성은 금융시장에 계속 유입된다. 개인 자금력과 자사주 매입 증가, 타 자산 대비 상대매력측면에서 주식 잠재 수요는 아직 풍부해보인다.

따라서 미국 증시 전체를 놓고보면 잠재 수요가 당분간 매도세를 방어해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모든 업종에 동일한 수급 모멘텀이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할인율 부담 속 수급이 차별될 이유는 분명하기 때문에 스타일, 섹터 로테이션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할 것 같다.

수급의 연속성은 퀄리티, 밸류에이션의 합리성, 지속 성장 여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밸류에이션이 극단적으로 높은데 이익 전망이 개선되지 못하는 기업은 매도세에 좀 더 취약할 수 있다. 부채부담이 높고 이익을 발생시키지 못하는 기업은 자사주 매입보다는 신주 발행을 통한 자본 조달 유인이 더 크며, 이는 수급에 부정적이다.

반면 현금 창출력이 높고, 성장과 가격의 교환비가 합리적인 기업은 상대적으로 주가 흐름이 견고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은 현금 창출력에서 나오는 자사주 매입이 매도 압력을 상쇄해줄 수 있고, 내년 성장이 희소해지는 환경에서의 수급 대안이 되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수급 역학 구도를 종합하면, 할인율 발 매도세가 재출현할 경우 지수는 가격 조정을 겪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주가수익비율(PER)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간 조정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스타일 관점에선 퀄리티와 지속 성장, 합리적 성장·가격 교환비가 동반된 업종이 견조할 것이다. IT, 플랫폼, 헬스케어, 금융이 복수의 조건을 충족하는 업종이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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