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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이저건·뒷수갑 질식사에 국가배상 판결…경찰 ‘부글’
흉기난동 정신질환자 제압 후 사망
경찰관들 “경찰만 부상 위험 감수해야 하나”
국회 계류중인 경직법·직협법 개정 목소리도
“민·형사적 책임에 위축…법적 뒷받침 필요”
[헤럴드DB]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최근 경찰관이 테이저건·뒷수갑으로 제압한 이후 사망한 정신질환자에게 국가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 경찰관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부장 황순현)는 A씨 유족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3억2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정신질환을 가진 A씨는 2019년 1월 이상증세를 보여 가족이 112 신고를 했고, A씨가 병원 이송을 거부하며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테이저건으로 제압했다.

A씨가 계속 저항하자 경찰은 A씨에게 뒷수갑을 채웠고, 사설 구급대원은 다리를 묶어 제압했다. A씨는 약 9분 뒤 의식을 잃고 5개월 뒤 사망했다.

재판부는 테이저건으로 제압한 이후 A씨가 다른 사람에게 해를 가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고, 양손과 양발을 묶은 것은 물리력 행사 기준과 범위를 초과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같은 판결 내용이 알려지자 현장 경찰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찰의 대응력 강화를 주문하면서도 현장과 동떨어진 판결로 일선 경찰관들의 사기를 꺾고 있다는 비판이다.

경기도 소재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한 30대 경찰관은 “테이저건을 쏘는 것도 쉽지 않다. 몇 시간씩 대치하는 경우도 있다”며 “앞수갑을 채우면 도주하거나 강하게 저항할 수 있는데도, 경찰만 부상 위험을 감수하라는 소리냐”고 항의했다.

경찰관의 형사 책임을 감면해주는 경찰관 직무집행법(경직법) 개정안이나, 경찰 직장협의회 연합체를 허용하는 공무원직장협의회법(직협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통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민관기 전국경찰공무원직장협의회 전국대표(충북 청주흥덕경찰서 경위)는 “국가가 먼저 항소해야 하는 것 아닌지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전국 경찰직협 연합이 직접 경찰청장과 논의할 수 있는 직협법 개정안 통과도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충북 지역의 한 40대 경찰관은 “경찰관 개인에게 민사소송이 들어오거나 국가가 구상권을 청구할 수도 있는데 경직법 개정안에는 민사 책임 관련 내용이 빠져있다”며 “범죄자를 제압하는 데 망설이지 않도록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법원 판결만 놓고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경찰의 적극적 대응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의 법 집행에 대한 민·형사적 책임을 경감해주는 법적 뒷받침이 부족하다”며 “과거 흉기 난동자가 테이저건을 맞은 뒤 본인이 소지하던 칼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적극적으로 대응했다가 고소·고발이 들어오거나 형사처벌을 받고 징계를 받을 수 있으니 위축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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