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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2022년 집값을 보는 법

가격을 둘러싼 논쟁은 늘 있어왔다. 현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버블론’과 내재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저평가론’을 명확히 가를 기준은 없다. 적정 가격을 매길 측정법은 인류의 숙제다. 그래서 각종 지표가 만들어지고, 이를 기반으로 전문가들의 분석이 이어지지만 여전히 정답은 없다. 그나마 가격측정법이 가장 정교하게 만들어진 곳을 꼽자면 주식시장일 것이다.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거래와 막대한 거래대금 탓에 가격 발견을 위한 인류의 노력이 부단히 지속돼왔기 때문이다.

연말이 되니 내년 집값에 대한 전망 소식들이 즐비하다. 가격을 예측하는 일처럼 무의미한 것이 없다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내년 가격을 산정하는 나름의 합리적 근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집값 예측에 주식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을 적용해 생각해 보았다. 통상 주가는 이익과 밸류에이션의 함수로 불린다.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 그리고 이 이익의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베팅 과정이 복합돼 주가가 정해진다. 당장 버는 돈이 적어도 미래에 이익창출 가능성이 크다면 시장은 높은 밸류에이션(가치)을 부여해 주가 상승을 뒷받침한다. 주가수익비율(PER)의 높고 낮음이 여기서 결정된다. 여기서 통상 밸류에이션의 상승에는 시중의 유동성이 큰 힘을 발휘한다. 돈이 넘쳐나니 같은 이익을 내고 있는 회사에도 과거보다 현재 높은 주가가 형성되는 것을 용인하는 식이다.

이를 집값으로 치환해보면 집 스스로가 이익을 창출하는 대상은 아닌 만큼 기업의 이익은 수요자의 소득으로, 밸류에이션은 한국 경제의 성장 가능성과 시중의 유동성으로 보면 적당할 것 같다.

아마도 내년에도 수요자, 즉 가계의 소득 증가는 완만히 이뤄질 가능성이 크고, 한국 경제 또한 2~3%대의 무난한 GDP 성장이 기대된다. 따라서 적어도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은 작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럼 또 하나의 기준, 밸류에이션을 가를 유동성을 따져 본다. 연말 주택 가격의 정체를 두고 단골처럼 등장하는 말이 있다. 다름 아닌 금융권의 고강도 대출 규제다. 유동성 공급에 차질이 생기니 집값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경제성장은 꾸준한데, 유동성 증가세가 주춤해지니 집값 상승세도 약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향후 집값을 좌우할 절대 변수로 유동성이 꼽히는 이유다.

연말 집값이 숨 고르기 국면에 돌입하자 부동산 하락론이 재차 고개를 든다. 하지만 이는 결코 동의하기 어렵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대외리스크가 불거지지 않는 한, 무난하게 성장하고 있는 한국 경제 구조상 실현되기 어려운 이야기다. 다만 앞서 이야기한 대로 시중의 유동성 변화에 따른 시장의 영향은 반드시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주택 가격 전체가 한 단계 레벨업된 데는 낮은 금리와 거대하게 풀린 유동성의 영향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년 대선 이후 정부와 금융 당국의 스탠스 변화를 필히 주시해야 한다. 특히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각국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 모두가 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회수하는 국면에 돌입한다면 우리나라 또한 예외일 수 없어서다. 돈줄을 조이는 국면에서 집값이 오르긴 힘들다. 연말 한산해진 은행 대출창구 분위기가 내년 어떻게 변할지 자못 궁금하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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