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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전셋값 오를 만큼 올랐는데...유지되면 안정?

“(내년 8월께) 전세 가격 급등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27일 국토교통부 ‘부동산시장 안정방안’ 브리핑 후 질의응답)

내년 전셋값 전망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부가 내놓은 답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억대로 오른 전셋값을 감당할 수 없어 마음 졸이는 이들 사이에선 ‘이미 급등했으니 더 급등할 일은 없다는 의미인가’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새 임대차법 시행 2년이 되는 내년 8월은 앞서 계약갱신청구권을 바탕으로 계약을 2년 연장했던 매물이 시세에 맞춰 시장에 나오면서 전셋값이 또 한 번 요동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다. 신규 계약은 임대료 인상폭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이에 집주인 사이에서는 ‘새 임대차법 도입 이후 그날만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전셋값이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본 근거는 이렇다. 최근 갱신계약이 늘고 금리 상승 등에 따라 전세 수요도 감소하는 등 전세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이런 흐름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내년 8월께 계약갱신청구권 소진물량이 나오는데 이는 신규 계약 가능한 주택이 많아지는 효과가 생기는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시장에선 ‘급등’을 현 시세와 비교할 것이 아니라 실제 신규 계약을 맺을 사람들의 입장에서 봐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KB국민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해 새 임대차법이 도입된 7월 31일 이후인 8월부터 올해 12월까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17.77% 뛰었다. 서울의 상승률은 무려 21.32%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지난해 7월 4억9922만원에서 이달 6억6614만원으로 약 1년 반 만에 1억6000만원 넘게 올랐다. 지난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세입자들이 처음 전세계약을 맺었던 시점(2018년 하반기)의 평균 전셋값은 4억5000만~4억6000만원대로, 한참 낮다. 이들은 가뜩이나 전세대출도 빡빡해진 상황에서 억대로 오른 전셋값에 맞춰 신규 계약을 맺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거주하는 집의 수준에 맞추려면 전세보증금을 ‘영끌’하거나 월세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전문가들 역시 현 시세와 단순 비교하면 내년 8월께 전셋값이 ‘생각보다’ 많이 오르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이미 전셋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셋값이 ‘안정’일 것처럼 내다보는 것도 정상적인 판단은 아니라고 입을 모아 지적한다. 안정처럼 보이지만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지난해 ‘주거 안정’을 명분으로 새 임대차법을 밀어붙인 뒤 오히려 전세난이 심화하자 부랴부랴 11·19대책을 내놨다. 올해 중순에도 강남권 이주 수요로 인한 서울 전셋값 불안 우려에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으나 예상이 빗나가자 연말께 또 한 번의 전세대책을 약속했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나서야 전세대책 마련에 급급했던 지난해와 올해의 모습이 내년에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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