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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과학칼럼] 소재기술 개발 중요성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소재, 부품, 장비가 중요하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나라가 일본에 비해 소재 관련 핵심 기술에 뒤처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국민적 관심과 사상 유례 없는 대규모 예산 지원으로 급한 불은 잡았지만 속 시원한 답을 얻을 수 있는 이유가 있다.

요즘 대학에 들어가려면 예전 학력고사 때와 달리,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꾸준하게 학습 관리가 필요하다고들 한다. 예전처럼 정신을 늦게 차린 학생이 열심히 공부해 대학 입학에 성공했다는 말이 요즘 수학능력시험 시대에는 더는 나오기 어렵다는 얘기다. 소재 개발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핵심 기술 개발 및 국산화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반도체 패키지 기술의 경우 대부분의 소재가 일본에서 수입된다. 특히 적용되는 첨단 소재일 경우 일본에 대한 의존도는 더 심하다. 왜 그럴까? 정답은 시쳇말로 ‘선행 학습’에 있다.

세계적인 반도체회사들은 그들만의 개발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정해진 기술 로드맵에 따라 개발한다. 기술 개발에 적용되는 소재·부품·장비는 대부분 과거 성공한 이력이 있거나 당장 대량 생산에 적용해도 문제가 없는, 소위 ‘검증된’ 회사의 제품만 적용한다. 실패하면 차세대 시장 경쟁에서 도태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애국심이나 국산화에 대한 신념이 작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글로벌 회사들은 기술력이 있고 생산에 대응이 가능한 회사로 초기부터 동행했던 일본 회사들을 찾게 된다. 입시로 치면 일본 회사들은 선행 학습하는 그룹이다. 심지어 돈을 주고도 사지 못하는 값비싼 웨이퍼를 무상으로 받기도 한다. 고객사의 요구 조건을 만족시키려면 첨단 핵심 기술을 개발해야 하고 덕분에 일본 회사들은 선행 학습하며 미래 핵심 기술과 특허를 확보한다. 안타깝게도 국내는 이러한 까다로운 요구 조건을 만족하는 회사들이 드물다.

선행 학습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 하고 있는 공부를 잘 이해하고 소화해야만 한다. 국내 기업들은 그 숙제조차 제대로 하는 것이 버거울 때가 종종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필자는 국책연구기관을 적극 이용하자고 주장한다. 국책연구기관이 가진 최대의 장점은 안정적으로 장기간 하나의 기술 개발에 매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기관은 손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닌 최소한 10년 이상의 기술 개발시간이 필요한 목표를 설정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선행 학습그룹은 국책연구기관이다. 즉 연구진은 10년 뒤에 필요한 시험에 대비해 미리 공부를 한다. 예컨대 최근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마이크로 LED 동시 전사·접합용 신소재가 대표적이다. 선행 학습을 통해 이룬 성과는 실제 16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16년 전, 소재의 구체적 연구목표를 설정했을 때 동종 산업계 전문가들은 황당한 목표라고 말해 당시 연구진의 진을 빼기도 했다. 그러나 이 기술은 디스플레이 기술을 넘어 반도체 패키지까지 확장 중이다. 이렇듯 핵심 소재 개발을 위해선 장기적 안목과 목표, 안정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물론, 소재를 개발하는 연구진에게는 그 무엇보다 아낌 없는 믿음과 신뢰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 믿는 만큼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으리라’는 확신과 실패해도 결과를 허용하는 연구 분위기 또한 필수적이다.

강성원 ETRI ICT창의연구소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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