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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스크 영화학] 정체를 숨기는 것에서 ‘드러내는’ 마스크로 변화
수많은 방송·영화 소재로 등장했던 마스크 성격 변화
반칙왕, 복면달호,베트맨, 조로 등 정체 숨기는 역할
부캐, 멀티 페르소나 등 가면 쓰고 싶은 욕망으로 진화
처음 편견에 부딪혔던 복면가왕, 54개국 포맷 수출 성공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 마스크는 수많은 대중문화 소재로 등장했다. 고대 제물을 바칠 때 가면을 쓰고 의식을 행하던 영화에서부터 ‘쾌걸 조로’ ‘아이언맨’ ‘배트맨’ ‘바후발리’ ‘복면달호’ ‘반칙왕’ ‘각시탈’ 등 국내외 영화와 드라마까지 마스크와 가면은 친숙하다. 최근 개봉한 영화 ‘타이거마스크’에서도 주인공 육건평(조한선 분)이 호랑이마스크를 쓰고 등장한다.

방송과 영화에서의 마스크는 숨기는 기능도 있고, 드러내는 기능도 있다. 정체를 숨기는 기능이 본래의 기능이지만 정체가 여러 가지임을 드러내기 위해 가면을 쓰기도 한다.

얼굴을 가리는 대표적인 방송 프로그램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가면을 쓰고 목소리만으로 실력을 뽐내는 MBC ‘복면가왕’이다. 2015년 4월 방송을 시작한 ‘복면가왕’은 2021년 9월 기준으로 해외 54개국에 포맷이 수출돼 ‘K-포맷’의 전성시대를 연 대표적인 콘텐츠. 하지만 박원우 작가 등에 의해 쓰인 복면가왕 기획안은 3년간 방송가에서 표류했다. 당시 방송 간부들이 “얼굴 가지고 먹고사는 연예인이 얼굴을 숨겨서 뭐가 되겠어” “어떤 가수가 가면을 쓰고 나와서 노래하겠어?”라는 반응 일색이었다.

박 작가는 “편견을 버리자는 기획안의 첫 마디에 첫 번째로 부딪힌 것이 바로 사람들의 편견이었다”고 했다. 그 간부는 흥미진진한 추리와 충격, 반전, 재발견은 몰랐던 모양이다.

1974년에 나온 허영만의 만화가 원작인 KBS 드라마 수목극 ‘각시탈’(2012)은 낮에는 일본 순사인 사토 히로시로, 밤에는 각시탈로 암약하는 ‘한국형 슈퍼히어로’ 이강토(주원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일본 경찰과 친일파들은 각시탈만 나타나면 벌벌 떤다. 일본 경찰로 일하기 때문에 친일파를 처단하기에도 좋고, 독립운동을 하는 한국인에게 좋은 정보를 흘려줄 수도 있다.

영화 ‘반칙왕’(2000)과 ‘복면달호’(2007)도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전형적인 영화다. 어눌하고 소심한 은행원 임대호(송강호 분)는 자신을 괴롭히는 부지점장(송영창 분)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찾아간 체육관에서 ‘반칙왕’ 울트라 타이거마스크의 사진을 보고, 레슬링을 배우게 된다. 그는 자신에게 큰 힘을 준 타이거마스크가 찢겨 나가 본인의 얼굴로 싸우게 되기도 하고, 마스크를 쓴 채 좋아하던 여성에게 사랑을 고백하기도 한다.

개그맨 이경규가 제작한 영화 ‘복면달호’는 록스타를 꿈꾸던 봉달호(차태현 분)가 가수로 데뷔시켜 준다는 장 사장(임채무 분)의 말에 덜컥 계약했지만 트로트 전문 음반기획사였던 것. 공중파 데뷔무대에서 피치 못할 사정(?)때문에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는 의도하지 않은, 어설픈 신비주의 콘셉트가 오히려 제대로 먹혀 한순간에 트로트의 황태자로 급부상하는 코미디물이다. 크게 히트한 영화 ‘왕의 남자’(2005)의 가면도 광대들이 지배계층과 권력을 풍자하는 공연을 펼치기 위해 정체를 가리는 용도로 사용됐다.

외화에도 가면 쓴 히어로물은 수없이 많다. 영화 ‘마스크’(1994)는 평범한 은행원 스탠리(짐 캐리 분)가 강에 떠내려오는 마스크를 우연히 입수해 착용해봤더니 초인적인 힘을 가진 불사신이 됐다. 자신이 일하는 은행까지 터는 등 갖가지 소동을 벌인 끝에 결국 마스크를 강에 집어던지고 사랑하는 티나(캐머린 디아즈 분)와 사랑을 나누며 끝난다.

‘쾌걸 조로’는 작가 존스턴 메컬리가 1919년에 쓴 대중소설로, ‘마스크 오브 조로’(1998) 등 영화를 비롯해 TV 시리즈, 애니메이션 등으로 만들어져 흥행에 성공한 원 소스 멀티 유스의 전형이다.

검은색 망토에 검은 가면을 쓰고 악당들을 퇴치하는 조로는 낮에는 부잣집 도련님이고, 밤에는 가면을 쓴 다크히어로라는 두 얼굴을 가졌다. 미션을 끝내면 칼로 자신의 머릿글자를 딴 ‘Z’자 마크를 남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DC코믹스가 제작한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1990)도 ‘조로’처럼 정체를 숨겨 낮과 밤 생활을 다르게 만들기 위한 장치로서 가면을 활용한다. 낮에는 백만장자 브루스 웨인(마이클 키튼 분)이지만 해가 지고 조커 등 악당이 나타나면 하이테크 박쥐 갑옷을 입고 현장으로 가 범죄와 탐욕의 도시 고담시를 구하는 심야영웅 ‘배트맨’이다.

마블 세계관을 담고 있는 영화 ‘아이언맨’(2008)은 천재 공학자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가 자신이 개발한 최강의 최첨단 과학기술이 집적된 하이테크슈트와 함께 마스크를 쓰고 최강의 슈퍼히어로로 거듭난다. 시즌 3(2013)에서는 영웅으로서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에서는 아이언맨 토니가 타노스군단 등과 싸우다가 다쳐 결국 숨을 거둔다.

문화평론가 정덕현은 “수많은 대중문화작품에서 가면과 마스크는 얼굴을 가린 후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그래서 낮과 밤이 전혀 다른 캐릭터가 되는 식이었다”면서 “과거에는 숨기는 게 미덕이었다면 이제는 나의 정체성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임을 보여주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부캐’나 ‘멀티 페르소나’ 등 여러 가지 얼굴을 하거나 가면을 쓰고 싶은 욕망을 보여주는 식으로 점점 진화해간다”고 말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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