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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몰려든 2030, 등짝 때려 내쫓는 국힘 ‘꼰대정치’

최근 계속된 국민의힘 내홍의 본질은 선거 전략 및 노선에 대한 윤석열 대선후보와 이준석 당 대표 간 입장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윤 후보와 이 대표는 이수정·신지예 씨 등의 외부 인사 영입과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인사들의 역할, 선거대책위원회 구성과 지휘 체계를 놓고 거듭 이견을 보였다. 국민의힘 내 세력분포를 보면 당을 떠받쳐왔던 전통적인 원내외 주류 인사와 영향력이 큰 중진급·지도부, 거물급 영입인사들이 모두 윤 후보 선대위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 대표가 결국 힘과 세력에서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 대표는 정부와 여당에 실망한 2030세대가 국민의힘의 가능성을 타진하며 ‘마이크’로 선택한 인물이다. 현재 국민의힘의 ‘집안싸움’이 그렇지 않아도 여러 악재에 부딪힌 ‘윤석열호’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제1야당이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은 민주화 이후 유례없이 보수정당으로 몰려들었던 청년세대의 재(再)이탈 현상이다. 실제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추월·역전 추세인 최근 며칠 새의 각종 여론조사에선 20대 남성을 중심으로 한 청년층에서 윤 후보 지지율의 하락세가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과 윤 후보 선대위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 대표에 대한 당 내외 주요 인사들의 비판은 곧 젊은 보수층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아예 모르는 듯하다.

심지어 윤석열 선대위와 이 대표 간 갈등 속에서 지속적으로 드러난 것은 당에 체질화된 ‘꼰대정치’ ‘꼰대 마인드’다. 최근 김태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이준석 대표님”이라고 깍듯하게 시작한 충언 형식의 글을 올렸다. 당 대표는 평론가적 역할이나 하는 자리가 아니라 무한 책임을 지는 자리라는 게 요지다. 그런데 이 대표의 행동을 “철딱서니 없고 오만하고 무책임하다”고 했고, 선대위 출범 전 이 대표의 지방행을 ‘가출’이라 했다. 화룡점정은 “인생선배로서, 정치선배로서” 감히 충언을 드린다는 대목이었다. 이에 앞서 조수진 최고위원은 이 대표에게 사과하며 “내가 나이가 몇 살 더 위”라고 입을 뗐다. 김 의원의 말을 빌리자면 이 대표의 ‘가출’을 두고서는 이수정 공동선대위원장이 이 대표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취지로 “나한테도 30대 아들이 있다”고 했다.

지난 4월 보궐선거 전까지 1~2년 동안의 더불어민주당의 모습과 비슷하다. 박영선 당시 서울시장 후보는 “20대는 40·50대보다 (역사의) 경험치가 낮다”고 했고, 2019년엔 설훈 의원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제대로 교육을 못 받았기 때문에” 20대 남성들의 문재인 정부 국정지지도가 낮다고 했다. 비슷한 시기 홍익표 의원도 ‘학교에서 반공교육을 받아 20대가 보수적’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한 정당 내에서도 다양한 의견과 세력이 경쟁하고 갈등할 수 있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그러나 논쟁과 토론에서 나이, 선·후배 관계, 경험치, 교육 수준 따위를 들먹이는 것은 전근대적이고 퇴행적이다. 그게 ‘꼰대’의 행태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꼰대’들이 ‘청년정치’를 외쳐서 될 일이 아니다. 필요한 건 우선 ‘마이크’를 넘기는 일이다. 청년들에게....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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