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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공짜 배달 시대는 끝났다

“언제부터 중국집이 배달료를 받았는지.... 우린 안 받습니다.”

지난 7월 배달비 무료를 내건 한 중국집이 업계에서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배달앱 소개란에 ‘중국집은 원래 배달비를 안 받아왔다’며 통 큰 선언을 했다. 당시 이용자들은 환호했지만 다른 가게 점주들은 해당 가게를 아니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수지타산에 맞지 않는 무료 배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한국인들은 공짜 배달에 익숙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배달비’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가게에 전화를 걸어 음식을 시키면 배달이란 행위는 자연스레 따라오는, 일종의 서비스였던 셈이다. 프랜차이즈 가게도 그땐 배달비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2018년 교촌치킨이 외식 프랜차이즈 중 처음으로 2000원의 배달비를 도입하며 판도가 바뀌었다. 배달기사 임금 상승 등이 이유였다. 그렇게 시작된 ‘배달비 바람’은 업계에 불 붙듯 퍼졌다. 소비자 사이에서 반발이 심했지만 지금 보면 어쩔 수 없는 흐름이었다. 2020년 코로나 사태가 터지며 ‘배달 전성기’가 왔다. 배달비 개념이 생긴 지 불과 2년밖에 안 된 시점에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급격한 변화는 다양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한국의 기형적인 시스템이 문제를 키웠다. 배달비에 대한 심리적 마지노선이 매우 낮은 탓에 자영업자들은 소비자가 내야할 비용을 분담할 수밖에 없었다. 가령 건당 3500원의 배달비를 점주가 모두 지불하고 소비자에겐 ‘무료 배달’을 내거는 식이다.

처음엔 점주들도 견딜 만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배달대행료마저 5000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배달기사 부족, 단건 배달(한 번에 한 집만 배달) 도입, 최저임금 상승, 수요 폭증이 맞물려 배달비를 높였다. 당연한 경제적 이치다.

특히 배달앱에서 운영하는 단건 배달 비용은 중개수수료 1000원, 배달기사에 제공되는 5000원이다. 물론 점주는 소비자가 배달비 전부를 부담하도록 할 수 있다. 하지만 치열한 자영업 경쟁에서 배달비로 5000원을 받는다면 그 가게는 도태될 것이다. 점주가 ‘울며 겨자 먹기’로 더 많은 배달비를 부담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메뉴 가격을 올려 수지타산을 맞출 수밖에 없다. 결국 악순환이다. 배달비에 대한 거부감은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소비자는 배달비가 너무 비싸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앱을 통해 다양한 가게를 비교하고, 비대면으로 결제하고, 약 30~40분 만에 따뜻한 음식을 문 앞에서 받는다. 그런데도 3000원이 아깝다고 한다. 어떤 이는 왜 택배비보다 음식 배달비가 더 비싸냐며 항변한다. 하지만 택배는 여러 건을 일러야 하루 만에 배송하고, 음식은 단건으로 1시간 내에 도착해야 하는 ‘속도전쟁’인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공짜 배달시대는 끝났다. ‘언제부터 중국집이 배달비를 받았냐’는 건 옛말이다. 이젠 편리함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할 때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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