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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사] 글로벌 경제와 산업기술 보호

기술패권주의의 시대다.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생명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초격차의 기술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각국의 기업과 정부의 경쟁이 치열하다. 전 세계 코로나 백신 수급대란은 제약 및 생명공학기술이 단지 생명과 건강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간 정치와 외교의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해 현재도 지속되고 있는 글로벌 차량 생산 지연 사태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을 보유하는 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문제는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정치 및 안보의 측면에서도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국가의 기술발전을 촉진하고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및 제도 등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기술을 갖춘 기업들이 국내에 진출해 인력들을 채용하고 투자를 진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세무, 재정 및 행정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촉진법’ 및 ‘조세특례제한법’ 등에 따라 일정한 신성장 혹은 원천기술에 해당하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국내에 투자 및 설비 구축, 인력 채용 등을 진행하는 경우 조세 감면, 현금 지원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국내 기업들의 핵심기술이 부당하게 유출되거나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도 마련돼 있다.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은 산업기술의 유출 및 침해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이에 대한 법적 구제 수단을 규정하고 있다. 산업기술 중 특히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핵심적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전자, 자동차, 바이오, 정보통신 등 분야의 세부 기술을 주기적으로 선정해 이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 법령에 따른 보호 조치를 도입하는 한편, 이런 국가 핵심기술을 수출하거나 보유기관을 인수·합병(M&A)하는 경우 이에 대한 산업부의 승인을 받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한 ‘부정 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에서는 각 기업이 비밀로 보호하고 있는 가치 있는 영업비밀을 침해 및 유출하는 행위 등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3일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하에서 우리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을 담은 기술보호대책을 산업통상자원부 및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국가 핵심기술을 선제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국가 핵심기술 지정 범위의 확대, 국가 핵심기술 보유기관의 기술 수출, 외국인 M&A 등에 대한 산업부 인가 및 검토 범위 확대, 핵심 인력 유출 방지 등이 핵심이다.

다만 이번 보호대책 중 국외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외국인에 의한 관련기업 M&A에 대한 산업부 검토 및 허가 범위를 확대하고, 핵심 인력의 국외 이직을 통한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관계인력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그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은 세부적인 시행에 있어서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 기술 및 상품 개발에는 막대한 재원 및 투자가 필수적이고 이 모든 자본을 국내에서 조달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외국인에 의한 기업 M&A 등에 관한 산업부 검토 및 허가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글로벌 자본 및 재무적·전략적 투자자들의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제도의 취지는 이해되지만 국내 기업들의 자본 조달 및 투자 유치에 제한이 되지 않도록 신중한 시행이 요망된다.

핵심 기술인력의 이직을 제한하는 문제는 헌법상 보장된 직업의 자유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공익을 위한 기본권 제한이 무제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법원은 당사자가 동의한 이직 금지 약정의 효력도 헌법적 권리와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인 범위에서 제한하고 있다. 영업비밀 보호 및 기술 유출 방지의 모든 부담을 개인에게 돌려서는 안 된다. 이는 시스템과 제도를 통한 접근이 우선돼야 하고, 개인의 권리 제한은 최소한으로 이뤄져야 한다.

노태영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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