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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 위기의 샌드위치 코리아, 추월하는 중국

수출 주도로 성장한 한국 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1992년 한중 수교 직후 중국 유학을 시작으로 중국 현장에서 사업하고 대학과 기업에서 중국을 교육하며 30년 동안 중국을 공부한 필자로서는 오늘날처럼 안타까울 때가 없다. 경제적 윈윈관계로 시작한 한중 관계가 경쟁관계에서 이제는 한국의 미래 먹거리까지 위협받는 상황이 되었다. 기술력과 가성비를 갖춘 중국 토종기업들의 약진으로 우리의 산업 경쟁력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삼성 휴대폰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비롯해 현대차그룹 세계 판매량 상위권 진입과 K-뷰티의 위상 제고 등 눈부신 성과들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부상하는 중국에서의 성적은 처참하다. 삼성 휴대폰은 2013년 시장점유율 약 20%로 정점을 찍은 후 현재 1% 미만으로 존재감이 사라졌다. 현대차그룹 역시 2016년 최고 판매량(약 180만대)을 기록한 후 2020년 약 50만대로 판매량이 급감했다.

중국의 수입화장품 시장점유율 1위였던 한국 화장품도 중국시장에서 일본과 프랑스 제품에 밀리고 중국 토종 브랜드에 추월당하고 있다. 중국 기초화장품 시장점유율 10대 브랜드에 중국 브랜드 2개, 글로벌 브랜드 8개로 한국 화장품은 포함되지 않았다. 브랜드 파워를 가진 선진국 제품과 품질, 디자인, 가성비까지 갖춘 중국 제품 사이에서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가 되었다.

중국시장에서의 실적 하락 이유를 혹자는 사드 배치 후 한국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드로 인한 타격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사드 탓만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도 테슬라, 애플, 스타벅스는 중국시장에서 선전했고, 중일 관계 악화에도 닛산, 혼다, 도요타 역시 건재했다. 또 다른 혹자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중국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시장 다변화를 꾀하라고 말한다. 수출 다변화는 필요하지만 중국시장에서 경쟁을 피해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린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샤오미, 화웨이처럼 경쟁력을 갖춘 중국 토종기업들이 글로벌시장에서도 추격해오기 때문이다.

휴대폰의 경우, 중국 기업들이 인도시장을 70%, 중남미 시장을 40% 이상 장악했다. 유럽에서는 시장점유율 1위를 놓고 삼성과 샤오미가 엎치락뒤치락 중이다. 전 세계 점유율을 보면 삼성 약 20%, 애플 약 15%, 중국 브랜드 약 45%이다. 글로벌 시장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형국이다.

중국은 우리의 미래 먹거리이자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전기차 배터리, 디스플레이(LCD) 분야를 추월하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주행, 양자컴퓨터 등 4차 산업혁명 핵심분야에서는 미국을 추격하고 있다. 중국은 더 이상 우리를 뒤쫓는 추격자가 아닌 추월자로서 우리를 상대적으로 추락하게 만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앞다투어 청년 일자리 창출과 4차 산업혁명 선도국을 외치고 있지만 우리의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4차 산업혁명 선도국이 되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다.

김만기 서울 청년정책위 공동위원장 퓨처잡 대표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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