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중국 가스 공급량 사상최대 기록
푸틴·시진핑 화상 정상회담 이후
‘시베리아의 힘 2’ 사업도 급물살
에너지안보 이어 경제·외교도 ‘끈끈’
시베리아의 힘(Power of Siberia) 가스관 건설 당시 현장의 모습(작은 사진). [가스프롬] |
미국·유럽 등 서방 국가와 연일 최고 수준의 긴장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러시아가 천연가스 등 막대한 에너지 자원을 바탕으로 한 협력을 통해 중국과 더 가까이 밀착하고 있다.
기존 개통된 가스관을 통한 러시아의 대(對) 중국 가스 공급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데 이어, 추가 가스관 설치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양국 간의 ‘에너지 동맹’ 관계가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7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타스(TASS) 통신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Gazprom)의 알렉세이 밀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3일 자로 ‘시베리아의 힘(Power of Siberia)’ 가스관을 통해 중국에 공급되는 천연가스가 기존 계약량의 3분의 1을 넘어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은 지난 2014년 가스프롬과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가 향후 30년간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중국에 공급하기로 한 계약이 체결된 후 공사가 시작됐고, 5년 뒤인 2019년 12월 완공·개통됐다. 러시아는 지난해 연간 41억㎥의 천연가스를 이 가스관을 통해 공급했고, 매해 양을 늘려 2025년까지 연간 380억㎥의 천연가스를 중국에 공급할 계획이다.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을 통한 에너지 협력이 본궤도에 오른 가운데, 양국은 ‘시베리아의 힘-2(알타이)’ 가스관 사업 추진에도 가속도를 붙이고 있는 모양새다.
연간 공급량이 550억㎥로 기존 가스관보다 규모가 더 큰 이 사업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15일 개최된 화상회의에서 관련 사안에 대해 논의한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양국 정상 간에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빠르면 몇 주 안에 ‘시베리아의 힘-2’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가 완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러 에너지 협력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이유는 양국이 반드시 얻어야 할 이익에 잘 부합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러시아와의 가스관 사업 확대를 통해 에너지 안보를 확립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글로벌 탄소 배출량 감축 기준을 맞추기 위해 석탄 발전 감축이 필수적인 중국으로선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과도기적 대체 에너지원인 천연가스를 미국이 지배하는 해상 루트를 통하지 않고서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러시아도 전통적인 가스 수출시장인 유럽 지역을 넘어 아시아 시장으로 공급망을 다양화함으로써 경제적 이익과 동북아시아 지역에 대한 영향력 강화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과의 에너지 협력 기회를 놓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국가에너지국의 발표를 인용, 올해 1~3분기 중러 에너지 교역액이 349억달러(41조4158억원)로 양국 전체 교역의 34.3%를 차지한다고 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닛케이)신문은 “‘시베리아의 힘-2’ 사업은 러시아와 유럽 국가 간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된 ‘노르트 스트림(Nord Stream)-2’ 사업과 달리 결혼에 비유될 정도로 중·러 양대 권위주의 국가를 더 가깝게 만드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러시아는 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연결되는 ‘야말-유럽’ 가스관을 통한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은 8일째 중단했다.
러시아는 유럽연합(EU) 가스 수요의 40% 정도를 공급하고 있으며, 야말-유럽 가스관은 우크라이나 경유 가스관, 발트해 해저를 관통하는 러시아-독일 직결 ‘노르트 스트림’ 가스관과 함께 러시아 가스의 유럽 수출을 위한 주요 수송로다. 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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