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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대1 아파트 이어 수천대1 오피스텔도 계약포기 속출
급속도로 식어가는 청약시장
시세차익 기대감 줄며 미계약 손절물량 급증
수도권 인기 아파트도 추가모집 공고 늘어나
관망 심리 커지며 신규분양 청약가점 낮아져

불패 신화를 이어가던 청약시장에 이상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최고 100대 1이 넘는 경쟁률로 완판됐던 아파트에서 대규모 미계약이 발생한 데 이어, 수천대 1에 육박하는 경쟁률을 기록했던 오피스텔마저 추격 매수세가 잠잠해지며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향후 전망을 둘러싸고 불확실성이 커지자, ‘10년 청약 금지’라는 패널티를 감수하면서까지 신중하게 접근하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금융권의 강력한 대출 규제로 인한 예외적인 상황이라는 해석도 상존한다.

28일 분양 업계 등에 따르면 최고 100대 1의 경쟁률 속에 완판됐던 ‘송도자이더스타’가 28일과 29일 이틀간 예비입주자들을 대상으로 서류접수 예약을 받는다. 이 아파트는 전체 1533가구 중 당첨자 500여명이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단지는 지난달 15일 1순위 청약에서 수도권 청약 통장 2만156개가 일거에 몰리며 13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곳이다. 이처럼 대규모 미계약이 발생한 데는 상대적으로 높은 계약금 등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단지는 일부 저층을 제외하고 분양가가 중도금 대출 기준인 9억원을 넘는데, 계약금이 분양가의 20%로 책정돼 최소 1억5000만원 이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연말 금융권의 신용대출이 어려워지면서 계약을 포기한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주변의 비슷한 아파트 시세보다 2억~3억원가량 싼 분양가, 송도 신도시에서도 해안가에 위치한 지리적 장점 등도 대출 규제와 최근의 냉각된 주택시장 분위기 앞에 힘을 쓰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사례는 수도권 기타 단지들에서도 목격된다. 부동산 청약홈 ‘무순위 취소후 재공급 분양정보’란에는 11월 및 12월 두 달 동안에만 서울과 경기도와, 인천 포함 전국 약 59곳의 모집 공고가 등장했다. 한두 명의 부적격 당첨자, 또는 계약 포기자의 물량이 추가 분양의 전부인 곳도 있었지만, 몇몇 단지는 수십 가구의 미분양, 또는 미계약 물량이 나오면서 추가 접수에서조차 완판하지 못한 곳도 목격된다. 서울과 수도권이라면 분양 공고가 뜨기 무섭게 수십, 수백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올해 중반까지의 모습과는 180도 달라진 분위기다.

분양업계의 한 관계자는 “향후 아파트 가격에 대해 관망하는 심리가 커지면서, 신규 분양 역시 청약가점도 다소 낮아지고,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오는 등 영향을 받는 모습”이라며 “분양시장도 ‘부익부 빈익빈’으로 양극화되는 침체기 시장의 모습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아파트에 이어 오피스텔에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오피스텔은 주택시장 규제의 풍선효과로 최근 1000대 1이 넘는 청약 광풍이 이어진 바 있다. 실제 경기 시흥 은계지구에 들어서는 ‘힐스테이트 시흥대야역’은 150실 모집에 10만6876명의 청약자가 몰려 평균 71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고 경쟁률은 1150.9대 1에 달했다. 앞서 공급된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과 ‘신길 AK푸르지오’에도 각각 12만건이 넘는 청약이 쏟아지며 평균 1398.0대 1, 1311.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의 경우 분양가격이 최고 22억원에 달했지만, 전매제한이 없는 틈을 노린 투자수요가 대거 몰렸다.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과 신길 AK푸르지오는 투기과열지구에 들어서지만 100실 미만으로 전매가 가능했다.

그러나 시장의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최고 억대 웃돈이 붙었던 곳들도 계약 포기가 속출하고 있다. 분양가 자체가 워낙 비싼 데다, 주택시장 전반이 위축되면서 사겠다는 사람도 자취를 감췄다. 남은 웃돈도 금액이 크지 않다 보니 관심도 쪼그라들었다. 실제 힐스테이트 시흥대야역의 경우 계약을 개시하자마자 ‘무피(웃돈 없음)로 매도하겠다’는 당첨자가 나타나고 있다. 웃돈을 기대하며 무작정 청약부터 넣었지만 거래가 어려워지는 분위기가 읽히자 손을 털고 나가겠다는 심리가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올해 오피스텔 거래량이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관련 시장이 전반적으로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데 분양시장으로는 특히 전매차익을 보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역대급 성적을 거둔 것”이라며 “붐은 언제든 꺼질 수 있으니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정호·김은희 기자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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