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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주희의 현장에서]“1월 1일부터 메뉴 1000원씩 올립니다”

며칠 뒤면 새해가 밝아오지만 마냥 기뻐할 수 없다. 김밥집, 중국집 등 가릴 것 없이 가게에 들어가면 ‘물가 상승으로 가격을 인상했다’는 방(榜)이 붙어서다.

자주 가던 김밥집의 참치김밥 가격은 10월부터 4800원으로 올라 이젠 김밥 한 줄에 거의 5000원을 주고 사먹게 됐다. 부산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친척도 미루다 미루다 새해부터 메뉴 가격을 1000원씩 인상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 그릇에 5000원하던 짜장면 가격은 새해부터 6000원이 된다. 원재료 가격 인상에 ‘팔면 손해’인 메뉴들도 늘어났다. 해산물차돌짬뽕 가격을 2000원이나 올려 1만원 넘게 받아도 마이너스다. 지난달부터 해산물차돌짬뽕 한 그릇에 들어가는 차돌박이 원가가 4000원이나 더 뛰었기 때문이다. 친척은 “손님들이 차라리 사먹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 다른 메뉴보다 가격을 더 올렸다”며 씁쓸해했다.

올해 초부터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들썩이던 물가는 연말에 이어 새해까지 외식업계 가격 인상을 낳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밀가루 가격이 오르더니 8월에는 오뚜기, 농심, 삼양, 팔도 모두 라면 가격을 6~11% 조정했다. 10월에는 원유 가격이 뛰자 서울우유, 남양유업, 빙그레 등이 우유 가격을 평균 5~6% 올렸고 12월부터는 동원 참치캔 가격도 6.4% 올랐다.

뛰는 물가에 소비자들뿐 아니라 자영업자도 피를 토하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영업 제한까지 더해져 이중 타격을 받고 있다. 영업제한은 야속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지만 물가 상승은 원인이 보이는데 엉뚱한 처방만 이어지고 있다.

식품 가격의 줄인상은 채소, 밀가루 등 농산물 가격 상승이 물가 전반을 끌어올리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 탓이 크다.

이상 기후로 인한 각종 채소 전염병과 폭염으로 인한 가축 생산 감소 등이 원인이다. 해외에서 들여오는 밀가루와 원두 역시 북미 지역과 브라질의 이상기후로 인한 작황 부진이 가격을 끌어 올렸다.

그럼에도 정부는 물가 상승 인상분으로 소비 쿠폰 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내년 설을 앞두고는 농축산물 쿠폰 한도를 1만원에서 2만원으로 늘리는가 하면 지난 9월에는 배달앱에서 2만원 넘게 네 번 주문하면 만원을 쏘는 외식 쿠폰을 뿌리기도 했다.

소비 쿠폰을 뿌릴 때만 반짝 자영업자들이 매출이 늘 뿐이다. 이마저도 소용이 없다. 매출이 늘어도 뛴 물가로 인해 남는 마진이 없으니 ‘물가 상승만 부추긴다’는 비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대통령이 바뀌는 내년에도 마땅한 답이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전 국민 소비 쿠폰을 공약으로 내놓았고 윤석열 후보도 자영업자들에게 ‘돈풀기’ 외에는 공약이 없다.

물가 상승이라는 현상에 일회성 처방을 내놓을 게 아니라 애그플레이션이라는 근본적 위기에 대응해야 할 때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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