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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3차 예방접종을 맞으며

10일 전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을 받았다. 오미크론 바이러스로 인한 돌파감염 사례가 나오고 있지만, 2차 접종에 비해 항체와 중증 예방 효과를 수십배로 끌어올린다는 ‘부스터샷’이다. 연말이 가기 전에 면역력을 충전해 가벼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고 싶었다. 인근 의원에 오전에 전화하니 당일 오후에 맞을 수 있었다. 백신 부족에 시달리던 게 몇 개월 전이었는데 상황이 무척 좋아졌다.

의원을 찾을 땐 미묘한 긴장감이 몰려왔다. 앞서 3차 접종 이후 1, 2차 때보다 심한 통증으로 고생했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기 때문이었다. 담당 의사도 주사를 놓기 전에 1, 2차보다 통증이나 오한 같은 부작용이 좀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며 주의 사항을 알려주어 더 긴장됐다.

다행히 후유증은 생각보다 심하진 않았지만, 주말과 휴일을 환자가 아닌 환자로 보내야 했다. 주사 맞은 부위의 통증은 2차 때보다 약간 줄어들었지만, 하루가 지나자 온몸으로 나른함과 피로감이 묵지근하게 몰려왔다. 얼굴에는 발열감이 지속돼 해열제를 한 알 먹고 쉬어야 했다.

그렇게 이틀을 보내면서 같은 시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런 고생을 하고 있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사실 기가 막힌 상황 아닌가. 저 수많은 아파트와 주택은 물론, 미국 뉴욕이든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작은 마을이든, 지구촌 곳곳에서 백신을 맞고 끙끙대고 있을 것 아닌가. 백신 때문에도 이렇게 긴장하는데 실제 감염돼 고생하거나 사망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가.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2월 20일 현재 전 세계 코로나 확진자는 2억7390만명, 사망자는 535만명을 넘고, 이날 현재까지 83억8765만도스의 백신 접종이 이뤄졌다고 한다. 약 84억도스라면 전 세계 모든 인구가 1회 이상 접종받을 수 있는 분량이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국의 백신 독점으로 한 차례도 접종받지 못한 인구가 수십억명을 넘는 것은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부스터샷으로 면역력을 높여 새해를 맞으려는 애초의 바람보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오히려 심란했다. 때마침 한 시민단체에서 ‘우리 사라지지 말자’라는 비장한 제목을 단 달력을 보내와 더 놀랐다. 이제 이런 달력도 나오는구나 싶었다. 거기엔 멋진 사진이나 그림 대신 심각한 문구들만 굵게 인쇄돼 있었다. “기후 비상사태와 생태적 위기는 바로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입니다. 앞으로 더 악화될 것입니다”라는 그레타 툰베리의 유엔 연설문부터 인도의 생태운동가 반다나 시바의 “이제 자연과의 전쟁을 끝내야 하며, 자연을 더 이상 우리의 적으로 취급하지 말고 우리 자신이 그 불가분의 일부로 포함돼 살아 있는 전체로 보아야 한다”라는 말까지 곱씹어봐야 할 명구들이었다.

코로나 2년인 2021년 신축년도 기울고 있다. 다가오는 ‘검은 호랑이의 해’ 2022년 임인년은 올해보다 나아질까. 코로나 치료제 개발로 팬데믹에서 벗어날 것이란 기대가 있지만, 지금과 같은 편의 중심의 생활방식이나 개발과 성장·이윤 중심의 경제체제, 탐욕의 질주를 지속하는 한 위기는 더 심화될 것이 자명하다. 새해에는 그 사슬을 끊고 공멸을 향한 질주를 멈추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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