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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리스마스 케이크 한조각도 원칙·기본을 지키죠” [人터뷰-김상용 옵스 대표]
부산 대표 빵집서 전국구 빵집으로
1989년 작은 동네빵집으로 출발
명동본점 등 롯데百 6곳 입점
현재 직영매장 15개 ‘강소기업’
초콜릿도 만들어쓰는 수제방식 고집
9년째 가격동결은 “고객과의 약속”
식문화로 사회이바지 ‘백년기업’ 꿈
부산의 대표 빵집을 넘어 전국구 빵집이 된 옵스 김상용 대표를 최근 부산 감만동 본사에서 만났다. 전통 수제방식을 고수하며 작은 재료 하나에도 원칙을 지키는 김 대표는 겉보기에 화려하고 비싼 케이크도 좋지만, 온 가족이 둘러앉아 편하게 한조각씩 나눠먹을 수 있는 케이크와 함께 고객들이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제공]

생크림 케이크가 대중화되기도 전이니까 아주 오래된 일화다.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사 간 고객에게서 항의가 왔다. 케이크가 아무래도 이상하니 직접 집에 와서 가져가라고 화를 낸 것이었다. 김상용(58) 옵스 대표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부랴부랴 고객 집을 찾았지만, 돌아올 때는 오히려 웃음을 지었다. “케이크가 너무 부드럽다는 거에요. 이렇게 부드러운 것은 처음 봤다고 분명 이상한 재료를 넣었거나 문제가 있는 제품이라고 하는 건데(웃음).... 우유 생크림을 쓰는 저희가 당시 문화를 앞서갔던 것이죠.”

해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빵집 진열장마다 각양각색의 케이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대목을 앞두고 한창 바쁜 김 대표를 최근 부산 감만동 본사에서 만났다. 부산의 대표 빵집으로 서울 및 수도권 롯데백화점까지 진출해 전국구 빵집이 된 옵스는 작년 말 감만동에 새 공장을 짓고 또 한번 도약을 준비하는 중이다.

▶크리스마스 케이크, 재주보다는 전통= “올해 크리스마스도 코로나 시국이라 밖에도 잘 못 나가고 여러모로 즐기기에는 부담이 있습니다. 크리스마스라고 비싼 케이크도 많이 나오는데 파티 분위기를 내느라 그럴 수도 있지만, 제가 바라는 것은 집에서 가족들이 둘러앉아 한 조각씩 편하게 나눠먹을 수 있는 케이크입니다.”

김 대표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도 물론 트렌드가 있지만 그것을 쫓아가지는 않는다”며 “올드하지 않은 클래식이 중요하다. 막 재주를 부려도 기본적인 맛의 구성이 중요하고, 현대를 리메이크하는 것도 전통이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대표하는 슈톨렌(stollen)도 김 대표가 독일 드레스덴 현지에서 직접 배워왔다. 독일의 슈톨렌은 예수가 강보에 쌓인 느낌을 낸 것으로 말린 과일과 설탕에 절인 과일껍질, 아몬드, 향신료를 넣고 구운 빵에 버터를 바른 후 슈거파우더를 뿌려 만든다. 지금은 슈톨렌이 많이 대중화됐지만, 옵스가 슈톨렌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무려 20년 전이다. “겨울이 되면 슈톨렌을 언제부터 판매하냐는 단골 고객들의 문의도 시작됩니다.”

전통을 지키는 동시에 옵스가 지켜온 또 하나는 가격이다. 옵스는 10년 전에 제품 가격 동결을 선언한 뒤 지금까지 9년 동안 원칙을 지키고 있다. 포장재 원가가 올라가면서 어쩔 수 없이 일부 반영하는 것 외에는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고객이 신인데 속이려고 하면 안됩니다. 내가 혁신을 할 생각은 안하고, 쪼들린다고 가격 올리는 것은 내 형편대로만 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자기의 경쟁력만큼 남는 것입니다.”

옵스가 유명세를 타면서 서울 강남의 유명 빌딩에서 1층에 점포를 내라는 제의를 받은 적도 있다. 단, 일단 파리에 점포를 하나 낸 다음 가격을 비싸게 해서 들어오라는 것인데 이 역시 김 대표는 단번에 거절했다. 가격 신의를 지키는 대신 옵스는 마감세일이 없다. “이미 고객에게 낼 수 있는 가격으로 냈기 때문에 그 이상은 못합니다. 단체주문을 해도 똑갑습니다. 남은 빵은 판매를 안하고 모두 기부하는 것도 제가 한국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을걸요.”

부산의 대표 빵집을 넘어 전국구 빵집이 된 옵스 김상용 대표를 최근 부산 감만동 본사에서 만났다. 전통 수제방식을 고수하며 작은 재료 하나에도 원칙을 지키는 김 대표는 겉보기에 화려하고 비싼 케이크도 좋지만, 온 가족이 둘러앉아 편하게 한조각씩 나눠먹을 수 있는 케이크와 함께 고객들이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제공]

▶카카오빈 직접 볶아 초콜릿 만드는 고집= 김 대표의 한 달 용돈은 100만원도 되지 않는다. 성공한 사업가지만 그 흔한 취미인 골프도 치지 않는다. 시간이 날 때면 제품을 연구하는 것이 수십년째 그의 생활 전부다. “계속 공부하면서 자기 전문분야에 대한 연구를 깊이있게 수행하는 의사가 있는 것처럼 빵 만드는 일도 전문직인데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직업에 대한 사명감이죠. 사업체가 좀 커졌다고 거들먹거리면서 한 눈 팔고 간이 부풀어서 자기 근간을 안 지키면, 말뚝 없이 둥둥 떠내려가고 맙니다.”

1989년 남천동의 작은 빵집으로 출발해서 현재 직영매장만 15개를 운영하는 중소기업이 될 때까지 김 대표는 변함이 없다. 그는 “돈만 생각한다면 미친 짓이라고 하겠지만, 번거로운 수고를 하지 않으면 차별화가 될 수 없다”며 “전통의 공법을 계승하는 유럽 유명한 대가들을 직접 찾아가 배웠다. 이제 그 스승님들도 거의 다 돌아가시고 한 분 남아계시다”고 말했다.

수제 방식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전통방식의 유럽, 일본 기계를 고가에 사온 경우도 많다. “독일에는 장인들이 많은데, 국내는 그런 기계류가 아직 성장을 못했죠. 기계들은 제품 퀄리티와 연결되기 때문에 비싸더라도 좋은 제품을 써야합니다. 일본업체에 주문하면 제가 더 높은 사양으로 주문하니까 거기서 오히려 놀라요.”

일례로 초콜릿을 만드는 것만 해도 카카오원두를 직접 수입하고, 볶는 것부터 시작한다. 옵스는 나름의 맛을 맛을 내기 위해 가격이 비싼 아리바 등 여러 카카오빈을 섞어서 직접 초콜릿을 만든다. 기성품 초콜릿 베이스를 사와서 녹인 뒤 모양만 만들고 핸드메이드 초콜릿이라고 포장하는 곳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대형 제과 공장 외에는 초콜릿 블럭을 직접 우리처럼 만드는 곳은 아시아에 없어요. 초콜릿 만드는 기계도 유럽에서 유서깊은 제품을 들여온 건데 최근에 고장이 났어요. 코로나 때문에 프랑스 기술자가 들어오지를 못하니 속이 탑니다.”

▶강소기업의 꿈...식문화로 사회에 이바지할 것= 옵스는 명동본점을 비롯해 롯데백화점 6곳(본점·부산본점·인천·평촌·울산·광복점)에 입점해있는데, 수수료가 적다고 소문이 난 곳이기도 하다. “저희가 그만큼 해내야 하는 것이지요. 협력사, 고객과의 신의를 지키는 것은 중요한 원칙입니다.”

구미 선산이 고향인 김 대표는 초등학교 5학년때 상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작은 기업을 하더라도 강소기업을 하겠다는 자신이 있었고, 그때와 지금의 생각이 같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 돈을 벌러 대구로 나온 김 대표는 이곳저곳을 거치다가 나전칠기 기술자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오일쇼크가 오면서 사치품인 나전칠기의 몰락이 왔고 그의 인생도 바뀌었다.

“앞으로도 타격을 입지 않을 미래산업은 뭔가를 고민하면서, 서양음식을 해야하는 시대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제과보다 요리 자격증을 먼저 땄는데, 옵스 이상으로 요리에서도 성과를 보여줄려고 합니다.” 현재 옵스는 ‘르꽁비브’, ‘드마히니’ 등의 프렌치 레스토랑도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문화적인 요리는 돈이 안된다. 하지만 옵스가 그랬던 것처럼 문화의 리드를 하면서 사회적으로 이바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외모에서부터 예술가 분위기를 풍기는 김 대표는 사진, 디자인은 물론 건축 설계, 매장 인테리어까지 다 챙기는 팔방미인이기도 하다. 인터뷰 말미, 그가 직접 기둥열 하나까지 설계했다는 공장 안내에 흔쾌히 나선 김 대표는 “외곽 공단에 갈 수도 있지만, 1~2시간 출퇴근 왕복해야하는 직원들을 생각하면 이것도 복지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고객, 옵스가족, 회사가 삼위일체로 누구 혼자 덕을 볼 수는 없다. 다만 덕을 본다면 가장 먼저 고객이 덕을 보게 될 것”이라는 말은 김 대표가 인터뷰 내내 수차례 강조한 말이다. “저희 공장은 위로 쉽게 올리는 대신 지하6층으로 34m를 아래로 팠습니다. 나중을 생각해서 근간의 말뚝을 깊이 박아둔 것입니다. 앞으로도 저희 역량을 더 키워서 할 수 있는 만큼 더 고객 신뢰를 얻고, 감동을 주도록 노력하는 일은 제 목숨과도 같은 일입니다. 그렇다보면 어느새 백년 기업도 되지 않겠습니까.”

오연주 기자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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