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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앞에선 “협상”, 뒤로는 ‘가스 공급 중단’ 지속…푸틴, 對 서방 ‘화전양면전술’
러 “美·나토와 내년 1월 회담”…양측 입장 차 분명해 접점 찾기 힘들 듯
러, 유럽行 가스 공급 사흘째 중단…유럽 가스價 천정부지로 뛰어
23일 푸틴 연례 기자회견…크렘린, 각종 현안에 대한 푸틴 열변 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수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회의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를 상대로 한 ‘화전양면(和戰兩面, 평화와 전쟁을 동시에 준비함)’ 전술 구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와 우크라이나 긴장 사태 해결을 위해 안보 협상을 시작한다는 점을 밝히는 동시에, ‘야말-유럽 가스관’을 통해 유럽으로 들어가는 가스 공급을 사흘째 중단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러 “美·나토와 내년 1월 회담”…나토 東進·인접국 무기 배치 금지 보장 요구=22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RT TV 인터뷰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유리 우샤코프 러 크렘린궁 외교담당보좌관 등 양측 외교정책 보좌관급의 논의가 있었다”며 “내년 1월 미·러 양국이 1차 양자 회담을 개회하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라브로프 장관은 나토와도 다음 달 우크라이나 사태 등 안보 현안을 두고 첫 협상을 개시한다며 “러시아가 제안한 안보 보장 협정 초안에 대해 나토 회원국과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는 지난 15일 우크라 긴장 완화를 위한 ‘러시아와 나토 회원국의 안전 약속 및 안전보장 조치에 관한 미·러 간 조약’ 초안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 초안에 따르면 러시아는 미국과 나토가 동진(東進) 하지 않을 것과 러시아 인접국에 무기를 배치하지 말 것을 법적으로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쟁 위기 직전 올리브 가지를 내미는 ‘벼랑 끝 전술’로 밀면서 본인들이 오랫동안 요구한 사안을 관철하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러시아와 미국·유럽 등 서방국과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 지역에서 실시된 전술 훈련에서 러시아군 소속 BMP-3 보병전투차량들이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

다만, 미국과 유럽 내 나토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계획 철회 등 일부 제안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러 ‘에너지 무기화’에 유럽 가스價 고공 행진=러시아는 ‘에너지 무기화’를 통한 공세 강도도 높이고 있다.

타스 통신은 22일 폴란드 가스관 운영사 가즈 시스템(Gaz-System) 자료를 인용해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이 23일자 야말-유럽 가스관 수송물량 경매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유럽행(行) 가스 공급 중단이 사흘째 이어지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유럽연합(EU) 가스 수요의 40% 정도를 공급하는 러시아가 우크라 사태 등의 정치적 이유 외에도 러-독 직결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Nord Stream)-2’ 가동을 가로막는 독일과 EU 당국의 조속한 승인을 압박하기 위한 경제적 이유로 가스를 이용하고 있다 지적한다.

실제로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제한하면서 유럽 내 가스 가격은 연일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유럽 가스 가격 지표인 네덜란드 TTF 1월 선물가격은 이날 심리적 경계선인 1000㎥ 당 2000달러 선을 넘어 2068달러까지 치솟았다.

로이터 통신은 “유럽에 본격적 겨울 추위가 닥치면 천연가스를 이용하는 전력 생산 차질로 정전 사태와 난방 차질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했다.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인근 냐스비쥬에 위치한 ‘야말-유럽 가스관’ 관련 시설에서 한 근무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로이터]

▶크렘린, 연례 기자회견서 서방 언론 질문 공세에 대한 푸틴 열변 예고=러시아의 대(對) 서방 공세에 대한 구체적인 의도와 방향성은 23일 정오(한국시간 23일 오후 6시) 모스크바에서 개최되는 푸틴 대통령의 연례 기자회견에서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로 17번째를 맞는 이 회견은 화상으로 열린 작년과 달리 글로벌 취재진 507명이 운집한 가운데 대면으로 열린다.

러시아와 미국, 유럽 국가들의 긴장이 1991년 소비에트연방(소련) 해체 이후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 만큼 뜨거운 질의응답이 예상된다.

평소 거침없는 발언으로 정평이 나 있는 만큼,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 사태와 에너지 무기화 외에 알렉세이 나발니 등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인권탄압, 서방 산업 기간시설에 대한 해킹 공격, 핵·초음속 미사일을 비롯한 전략무기 경쟁 등과 관련한 서방 기자들의 공세적 질문에 물러섬 없이 강경 발언을 쏟아낼 것으로 전망된다.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도 푸틴 대통령이 열변을 토할 가능성을 예고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아무 질문이나 던질 수 있는 권한이 기자들에게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 푸틴 대통령의 생각이며, 대면 소통이 훨씬 더 효율적이란 것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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