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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뒤집고 오바마보다 더 세게…바이든, ‘역대 최강’ 車 연비 기준 발표
美 EPA, 2026년까지 평균 연비 1ℓ 당 약 23.4㎞로
WP “바이든 행정부 기후변화 대책 중 가장 강도 높은 것”
환경단체 ‘환영’, 제조사·노동계 ‘우려’…공화 “中 의존도 높일 것”
현대차·기아도 긴장…내연기관 개발 중단·美 현지 전기차 생산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20일(현지시간) 2023년형 자동차부터 연비 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 2026년까지 자동차 연비 기준을 1갤런(약 3.78ℓ)에 평균 55마일(약 88.51㎞)로 높인다고 밝혔다. 1ℓ당 약 23.4㎞에 해당한다. 사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지프의 ‘랭글러 4xe’ 루비콘 전기자동차를 운전한 뒤 내리며 활짝 웃고 있는 모습. [AP]

[헤럴드경제=신동윤·원호연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역대 가장 강력한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 기준을 내놓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당시 후퇴했던 연비 기준을 오바마 전 행정부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을 넘어 더 강화한 것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 친환경 문턱을 크게 높인 만큼 현대차·기아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 차량 개발·생산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20일(현지시간) 2023년형 자동차부터 연비 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 2026년까지 자동차 연비 기준을 1갤런(약 3.78ℓ)에 평균 55마일(약 88.51㎞)로 높인다고 밝혔다. 1ℓ당 약 23.4㎞에 해당한다.

EPA는 이번 조치에 따라 2050년까지 미국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의 약 2%가량이 저감될 것으로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내놓은 기후변화 관련 대책 중 가장 강도 높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조치는 2026년까지 연비 기준을 1갤런 당 평균 44마일(1ℓ당 약 18.73㎞)로 약화한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를 180도 뒤집는 것이다. 더 나아가 1갤런 당 평균 51마일(1ℓ당 약 21.71㎞)이던 오바마 행정부의 조치보다 더 강력하다.

마이클 리건 EPA 청장은 “이번 조치는 과학 전문가는 물론 이해 당사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마련한 ‘거대한 진전’”이라고 강조했다.

규제 당국은 2026년 미 신규 자동차 판매의 5분의 1이 전기·하이브리드차로 채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발표는 전날 민주당 조 맨친 상원의원의 반대로 기후변화·사회보장 예산안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이 표류 위기에 처한 가운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행정명령을 총동원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읽힌다.

WP와 뉴욕타임스(NYT)는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필수적인 재원 마련이 암초를 만난 가운데, 행정 조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 단체는 일제히 환영했고, 미 대표 완성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도 “새 표준을 지지하며 전기차 기술 투자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원론적 찬성’ 입장을 내놓았다.

우려의 목소리도 상당하다.

로비단체인 자동차혁신연합은 성명에서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공격적 접근인 만큼 더 많은 정부 보조가 필요하다”고 했고, 노동계도 전기차 생산 확대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 방안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캐시 맥모리스 로저스 미 공화당 하원의원은 “급진적 대책은 중국의 부품 공급망에 더 의존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내 자동차업계도 대응 작업에 착수했다.

현대차·기아는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강력한 연비 기준 강화 조치에 긴장감을 표하고 전동화 시계를 앞당기려는 논의에 돌입했다. 이를 위해 내연기관 엔진의 새로운 개발을 중단하고 하이브리드(H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보급에 가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예정된 전기차 출시를 앞당길 계획이다.

국내에 집중됐던 전기차 생산도 내년부터는 미국으로 확장한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을 증설해 아이오닉5와 EV6 등을 현지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생산방안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국내의 혼용(내연기관차+전기차) 생산 방식이 아닌 전기차 전용 생산설비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탄소 배출 저감을 골자로 한 ‘수소 로드맵’에도 속도를 가한다. 한정적인 전기차 라인업으로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책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미국에서 2023년 2분기부터 총 30대의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을 공급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해 상용차 전동화에 앞장설 계획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내연기관 엔진 신규 개발 중단에 대해 “새로운 배출 가스 규제가 미국과 유럽연합에서 대두되는 가운데 새로운 파워트레인을 장착한 라인업으로 정비를 서두를 것”이라며 “이는 완전히 새로운 내연기관 엔진을 개발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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