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이 역대급으로 활발했던 가운데 사모펀드(PEF) 간 거래인 ‘세컨더리 딜’도 큰 축을 담당했다. 국내 PEF 시장은 커졌으나, 엑시트(투자금 회수) 수단이 제한적이다 보니 PEF 간 손바뀜 거래가 증가하는 모습이다. 세컨더리 딜은 올해를 넘어 내년에도 더 많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16일 헤럴드경제가 올해 국내를 기반으로 성사된 주요 세컨더리 딜을 분석한 결과 거래금액이 약 5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규모로 보면 글로벌 골프용품 기업 테일러메이드 매각이 1조9000억원으로 가장 컸다.

이는 미국 PEF 운용사 KPS캐피탈파트너스가 국내 신생 PEF 운용사인 센트로이드프라이빗에쿼티(PE)에 매각한 대표적인 세컨더리 딜이다. 또 국내 PE가 오랜만에 성사시킨 조 단위 크로스보더(국경 간) 딜로도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자본시장의 유동성 확대로 대형 PEF 운용사들의 조 단위 펀드가 많아진데다 중소형 PEF 운용사들도 수천억원대 펀드를 조성하면서 그야말로 드라이파우더(미소진 약정액)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여기에 국내 PEF 시장은 엑시트 수단이 제한적임에 따라 매각처도 많지 않다보니 결국 PEF간 거래가 늘어난 모습이다.

또한 PEF 운용사가 인수한 기업은 지배구조 개편, 비용절감, 볼트온(유관 기업 추가 인수) 등 다양한 밸류업(기업가치 향상) 전략을 펼침에 따라 이에 대한 신뢰가 밑바탕이 되는 점도 있다. 딜 성사율도 높은 편이다. 서로가 M&A 절차 및 협상 과정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보니 비교적 빠르게 거래가 일어나는 것이다.

PEF 운용사 관계자는 “PE 손을 거치면서 기업이 더 탄탄해졌다는 신뢰가 있다”며 “기업과 상대하는 거래는 밸류에이션 갭을 좁히기도 어렵고 의사결정 과정도 길지만, PE 간 거래는 양측의 요구를 협상 테이블에 바로 올리다보니 빠르게 성사되는 경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올 초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H&Q코리아로부터 잡코리아 지분 100%를 약 9000억원에 인수했다. 앞서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잡코리아 지분 전량을 사들였던 H&Q는 8년 만에 엑시트에 성공했다. 다소 긴 시간이 걸렸지만 투자원금 대비 멀티플 8.5배가량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플랫폼 기업이 뜨거운 시장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다소 높은 밸류에이션이라는 시각도 있었지만, 올해 호실적 전망에 밸류업 첫 단추를 잘 끼웠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인수 후 지분 10%는 호주 채용플랫폼인 시크(SEEK)에 매각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결성해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CJ그룹에서 분리된 후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보유 중이던 투썸플레이스는 최근 글로벌 PEF 운용사인 칼라일그룹과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 규모는 8000억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당초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투썸플레이스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지만, 시장 반응이 미지근하자 이를 철회하고 매각으로 선회한 바 있다.

또 스톤브릿지캐피탈은 VIG파트너스로부터 바디프랜드 경영권을 인수한다. 거래 규모는 약 6000억원으로, 인수 측은 바디프랜드를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키워 3~4년 내 IPO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글랜우드PE가 보유하고 있던 지역 도시가스 업체인 해양에너지와 서라벌도시가스는 맥쿼리한국인프라펀드(MKIF)에 8000억원 가량에 매각이 완료됐다. 이외에도 건설 중장비 업체인 선진정공·선진파워테크도 휘트린씨앤디에서 하일랜드PE로 주인이 교체됐다.

내년에도 이 같은 PE 간 거래가 M&A 시장의 주요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대형 PE 하우스들이 장기 보유한 포트폴리오 기업들이 대거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모던하우스·네파(MBK파트너스), 쌍용C&E(한앤컴퍼니), 락앤락(어피너티) 등 매물에 대한 PE 관심도도 높아질 전망이다. 김성미·이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