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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란 인정, 그렇게 힘든가”…‘출제오류’에 마음 졸이는 수험생들
서울행정법원, 15일 오후 2시 선고공판
온·오프라인에는 수험생들 반발 잇달아
“친구들은 이미 입시 준비하는데…착잡”
‘생명과학Ⅱ 피해자’ 단체채팅방에 200여명 모여
“정답 처리시 표준점수 낮아져 피해 학생 나올 것”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제기한 정답 결정 처분 취소 소송의 첫 재판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지 한 달이 다 돼 가는 15일. 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과목에 응시한 수험생들은 문제의 20번 문항을 두고 이 기간 동안 마음을 졸이며 하루하루를 보내 왔다. 이미 다른 과목에선 어떤 점수를 받았는지 알 수 있지만, 해당 과목에 논란이 되는 문제의 정답 여부에 따라 갈 수 있는 대학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이주영)는 애초 오는 17일로 예정했던 수능 생명과학Ⅱ 정답 결정 처분 취소 소송의 판결을 이틀 앞당겨 이날 오후 2시에 선고한다. 헤럴드경제는 이날 생명과학Ⅱ에 응시했던 수험생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은 본인이 처한 상황에 대해 착잡한 심경을 드러내면서 ‘논란’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경남 거제시에 거주하는 고3 손모(18) 양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이번 수능을 통해 서울대를 목표하고 있지만, 20번 문제로 발목이 잡힌 상태”라고 밝혔다. 손양은 “서울대 최저점수를 맞추기 위해선 과학탐구 두 과목이 각각 3등급 이내여야 하지만 이번 논란으로 생명과학Ⅱ에서 더 낮은 등급을 받을 까봐 마음 고생이 크다”고 토로했다.

서울시 양천구에 거주하는 재수생 정성원(19) 씨는 이미 나온 수능 결과로 수시와 정시를 준비하는 학우들을 보면서 마음이 착잡해져만 갔다고 고백했다. 정씨는 “다른 사람들은 결과가 다 나왔는데 나만 안 나오니까 답답할 따름”이라며 “평가원에서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에 입시생들의 심정을 조금도 헤아리지 않은 것 같아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이처럼 생명과학Ⅱ에서 불거진 논란으로 인해 온라인상에서도 거센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최근 카카오톡 익명 단체채팅방에는 ‘생2(생명과학Ⅱ) 피해자 소송 단톡방’이 개설됐다. 이날 오전 현재 200여 명이 이곳에 가입했다.

해당 채팅방에 참여하고 있는 재수생 김하민(19) 씨는 “현재로선 입시가 늦어질 위험도 있고 각종 입시 사이트에 제대로 된 정보를 입력하기도 어려워서 비단 생명과학Ⅱ 응시생뿐만 아니라 해당 과목을 응시한 학생들이 지원하게 될 학과의 다른 과목 응시생들도 대학 입시 대비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며 “(평가원이)응시생 수가 적으니 어떻게든 넘어가려고 한 모양으로 보인다. 그 적은 인원에 들어있는 수험생으로서 학생들을 기망하는 태도는 매우 괘씸하다”고 비판했다.

이번 ‘2022대학수학능력시험정답결정처분취소 소송인단’에 참여한 백모(20) 씨는 자신이 목표하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삼수를 택해 올 수능을 응시했다. 백씨는 이번 논란이 역대 수능에 안 좋은 획을 그을 수 있어 소송인단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는 “평가원 측에서 이의 제기를 받아들이지 않고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나오니 그간의 노력이 부정당하는 생각이 들어 참담한 심정이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충분히 검토했으면 논란이 불거지지도 않았을 일이었다. 그렇게 책임을 인정하기 어려웠나”며 아쉬움을 표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이번 선고에도 피해를 보는 학생들은 모두 있을 거라고 봤다. 생명과학Ⅱ 20번 문제가 정답처리되면 해당 과목의 표준점수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표준점수는 수능 수험생이 받은 원점수가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점수로 시험이 어려웠는지 쉬웠는지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실제로 20번 문제가 정답처리되면 평균이 높아지니까 표준점수는 내려간다”며 “표준점수가 내려가면 서울대를 지원하기 위해 생명과학Ⅱ를 응시한 학생들이 불리해질 수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지난 10일 성적표에서 공란 처리됐던 생명과학Ⅱ 응시생의 과목 성적은 해당 선고 이후인 이날 오후 6시부터 통지될 예정이다. 다만 교육부는 평가원,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등과 협의한 결과, 수험생의 혼란을 막기 위해 수시전형 일정을 변경 없이 진행한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교육부 등은 수시모집 합격자 등록일을 오는 18∼21일로, 수시모집 미등록 충원 기간은 22∼28일로, 수시모집 충원 등록 마감일은 29일로 각각 하루씩 미뤘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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