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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능 성적 통보 전날 날벼락…유전체 전문가 “출제오류 명백”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정답 효력정지 사태에
유전체 전문가 “출제오류 명백…평가원 잘못” 지적
교육당국 “성적 통보 예정대로…대입 일정은 대학과 협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달 18일 시행된 2022학년도 수능 채점결과를 발표한 9일 서울 대치동의 한 학원 앞. 사상 처음으로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진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국어·수학·영어 모두 지난해보다 매우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

[헤럴드경제] 성적 통보를 하루 앞두고 벌어진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사태’가 2022학년도 대입 전형을 시계제로(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움) 상황으로 만들었다. 교육부는 후속 대입 일정을 대학들과 협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유전체 전문가가 출제오류가 명백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생명과학II 20번 문항은 제시문과 보기로 구성됐다. 제시문에서는 집단Ⅰ과 II 중 한 집단만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일정한 조건을 만족하며 생식하는 집단의 경우 대립유전자와 유전자형의 빈도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상태)이 유지된다고 제시됐다. 집단 Ⅰ은 유전자 B의 빈도가 B*의 빈도보다 작게 나오기 때문에 마지막 조건 ‘B의 빈도는 B*의 빈도보다 크다’는 조건과 부합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집단 Ⅱ가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는 집단일 수밖에 없는데, 이를 통해 집단 I의 개체 수를 구해 보면 유전자형이 B*B*인 개체 수가 음수인 -10이 되므로 이 역시 모순이 된다. 즉 개체 수는 음수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이의를 제기한 이들은 문항에 제시된 조건들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집단이 존재할 수 없으므로 해당 문항은 오류이며 전원 정답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가원은 지난달 29일 정답을 확정하며 “관련 분야 학회들과 다수의 외부 전문가들에게 자문 의견을 구했다. 심의 결과 이 문항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준거로 학업 성취 수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 문항으로서의 타당성은 유지된다”고 판단했다. 문항 자체가 완전하지 않아도 학생들이 정답을 도출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9일 해당 문항의 정답 결정을 관련 소송의 판결이 나올때까지 유예하라고 결정했다. 이에 교육부는 오는 10일로 예정된 수능 성적 통지는 예정대로 하되, 생명과학Ⅱ 성적은 공란 처리하겠다고 공지했다. 교육부는 이어 본안 판결이 조속히 나오도록 요청하고 소송에 임할 것이며, 후속 대입 일정은 대학교육협의회·대학 등과 10일 재논의 하겠다는 입장이다.

생명과학Ⅱ 20번 사태에 대해 문항에 서울대학교 유전체의학연구소장이며 의과학과장인 김종일 의과대학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100% 오류”라 비판했다. 그는 “문항에 오자만 있어도 문제가 되는데, 이건 평가원이 잘못한 게 맞다”고 지적했다.

관련 분야 학회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했다는 평가원의 해명에 대해 김 교수는 “각 전문가나 학회에 질의를 한다면 ‘답을 하지 않겠다’와 ‘존재할 수 없다’의 답변만 나오지, ‘존재할 수 있다’라고 대답할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학생들은 자신이 풀이한 내용을 확인하고자 검산을 했을 텐데 이런 과정에서 개체 수가 음수로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어떤 학생이 ‘평가원이 개체 수가 음수로 나오는 문제를 낼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고 넘기겠느냐. 문제 풀이를 반복하다 시간을 다 쓴 학생들만 손해를 봤을 것”이라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번 사례는 학생들에게 자칫하면 평가원이 틀린 문제를 낼 수도 있고 그 결정은 웬만해서는 뒤집어지지 않는다는 교훈을 남길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어른들이 어린 학생에 심어주는 불신은 수능 성적을 다시 매기는 것보다 훨씬 더 손해를 우리 사회에 끼칠 것”이라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학회가 의견을 표시하지 않는 것이 귀찮은 일에 휘말리기 싫으므로 의견을 표명하지 않겠다는 것인데도 ‘문제의 오류가 없다’는 의견 표명으로 받아들여질까봐 전문가 중 한 사람으로 의견을 밝히게 됐다”고도 전했다.

본안소송 결과를 봐야하겠지만, 평가원이 해당 문항에 대해 ‘전원 정답’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2004학년도와 2008학년도, 2010·2014·2015·2017 학년도 수능에서도 복수정답이 인정되거나 ‘정답없음’으로 처리된 사례가 있었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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